저자는 1979년 ‘신동아’에 역주해서 발표했던 영문 ‘청년 이승만 자서전’을 골격으로 삼되, ‘우남 이승만 문서’ 등 새로 발굴된 사료와 근래에 축적된 이승만 관련 논저들을 섭렵하여 청년기 이승만의 활동과 사상을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거인 이승만의 생애를 출생(1875)부터 미국 유학 종료(1910)까지 다루면서 초점을 이승만의 ‘한성감옥’ 영어(囹圄)시절(1899-1904)에 맞추었다.
저자는 이승만이 배재학당, 독립협회를 거쳐 급진주의적 언론인 겸 개혁가로 대두하는 과정을 살피고 이어서 ‘한성감옥’에서 기독교로 개종하여 열렬한 전도꾼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러일전쟁 발발 후 이승만이 석방되어 잠시 상동청년학원의 교장직을 맡았다가 미국에 건너가 미국 대통령 T. 루우즈벨트를 회견하는 장면도 다루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이승만이라는 한 정치가가 대두하는 과정을 천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19세기 후반 한국에서 펼쳐졌던 개혁운동이 과연 부패 무능했던 대한제국의 멸망을 예방할 수 있었을까, 원래 일본에 호의적이었던 한국의 개혁주의자들이 왜 러일전쟁 후에 갑자기 반일(反日)주의로 돌아섰는가, 그리고 미국은 왜 대한제국의 멸망에 대해 냉담했는가 등의 근본적 질문에 자문자답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종황제를 무능했던 통치자로 묘사하며 조선왕조의 멸망은 불가피했다라는 견해를 내비춘다.
이 책은 적어도 이승만의 초기 생애에 관한 한 광범위한 사료 동원, 명쾌한 논리 전개, 그리고 유려한 영문 필치 등 면에서 1954년에 발간된 올리버(R. T. Oliver)의 고전적 이승만 전기인 ‘이승만:신비에 가려진 인물’을 확실히 능가하고 있다.
Chong-Sik Lee(이정식) 지음 228쪽 1만원 연세대출판부
유영익(연세대 석좌교수·한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