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여성 통치자들'/ 임용순 지음/ 350쪽/ 1만원 /나무와 숲/
역사에서 ‘만약’이라는 가정은 무의미한 것이지만 그 상상만큼 흥미진진한 것도 드물다. 그래서 ‘역사를 바꿀 수 있었던 사건’이나 ‘역사를 바꾼 인물’들에 대한 얘기는 언제나 관심을 끄는 소재가 된다.
‘…별난 환자들’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들과 질병에 관한 얘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사례1) 나폴레옹은 병사들에게 ‘페스트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포고문을 내고 직접 페스트 환자의 환부를 만져보는 용감함을 과시했으나 정말 운좋게도 균을 옮기는 쥐벼룩의 공격을 받지 않아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례2) 영국 앤 여왕은 18명의 아이를 가졌으나 유산 사산 사고 등으로 한명도 살아남지 못하는 바람에 결국 왕위를 잇기 위해 독일 하노버가의 게오르규(조지 1세)를 불러오는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나폴레옹이 쥐벼룩의 공격을 받았다든지 앤 여왕의 자식이 한명이라도 살아남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하지만 이 책의 진정한 주제는 ‘역사적 가정’의 흥미진진함이 아니라 의술의 오남용에 대한 ‘경고’다.
현대 의학의 시각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의학적 오남용이 당시의 최고 권력자에게 까지 버젓이 행해진 것. 저자는 지금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역사를 뒤바꿀 정도의 의술의 오남용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여성 통치자들’은 한 시대를 호령했던 여걸들, 즉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와 빅토리아 여왕, 러시아의 에카테리나 여제, 청나라의 서태후,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수상, 인도의 인디라 간디 수상,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 등 7명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진지하게 탐색하고 있다. 새로운 사료 발굴이나 해석보다는 꼼꼼한 자료 정리를 바탕으로 ‘여성의 통치력과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이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