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양사학계의 태두인 고(故) 민두기 교수의 마지막 책. 그는 20세기 동아시아의 굴곡 많은 역사를 ‘시간과의 경쟁’이란 말로 압축한다. 개항과 식민지배를 거쳐 개발독재 시대를 지나 IMF에 이르기까지 곡절 많은 20세기를 보낸 우리에게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이 있을까. 책 말미에 실린 후기에서 저자는 죽음을 선고받고 담담하게 편집을 마무리하는 단상을 적었다. 죽음을 앞두고 ‘시간과의 경쟁’을 해야했던 고인의 모습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인문학의 위기라는 시대, 인문학의 거인의 마지막 말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류한정(ryu1chung@yahoo.co.kr)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