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에너지'/에머리 로빈스·페터 헤니케 지음 임성진 옮김/397쪽/ 1만5000원/ 생각의나무
현재의 통계와 앞으로의 전망을 보면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소비는 계속 증가한다. 이에 따라 에너지 정책도 소비가 매년 크게 증가하는 것을 전제로 수립되고 있다. 정책 수립에서 중요한 과제는 필요한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해서 공급하느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에너지를 석유, 가스,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이를 모두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책의 중심은 해외로부터 들여오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에 놓여 있다.
여기서 우리가 따져봐야 할 것은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가 과연 가능한가이다. 중동에서 앞으로 백년 이상 석유가 펑펑 쏟아져 나오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름 있는 석유자원 전문가들이 주장하듯이 사오십 년 후면 석유가 바닥나고 2005년경부터 석유부족 사태가 시작되면 이는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기후변화를 이유로 밖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사용제한 압력이 거세게 들어올지 모른다. 우리는 에너지를 해가 갈수록 더 많이 사용하는데, 에너지 부족사태가 시작되고 국제적 압력이 밀려오면 어떻게 이를 타개해 갈 것인가?
이 책은 우리에게 닥칠 에너지 부족과 기후보호 압력에 대한 답을 제시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들은 그 답으로 세 개의 ‘녹색기둥 기술’을 제시한다. 물건을 만들거나 수송할 때 최소한의 에너지를 투입하는 생태적 효율향상 기술, 투입한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에너지 기술, 그리고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이다.
이 세 가지 기술을 현실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존하는 기존 에너지 시스템의 변화를 원치 않는 석유업체나 정책입안자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재생가능 에너지로 어떻게 필요한 에너지를 전부 공급할 수 있겠느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기존 에너지 시스템 옹호자들의 주장이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이라는 중대 사태 앞에서는 힘을 잃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거대 에너지기업이 주축인 세계 에너지협의회에서 작성한 2050년까지의 에너지 시나리오에서 재생가능 에너지가 비중 있게 취급되는 것은 이를 증거한다.
지금까지 거대 에너지기업이 보인 행태와 비교하면 세계 에너지협의회의 시나리오는 분명 획기적인 것이지만, 저자들은 그 정도로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대신 이들이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것은 에너지를 4배로 아껴쓰자는 전략이다.
4배 아껴쓰기 전략은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를 확대하자는 것인데, 이 전략을 채택하면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화석연료 사용량도 그만큼 줄어든다. 4배로 아껴 쓸 수 있다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현가능성이라는 난관이 남는다.
저자들은 효율향상을 위한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도 실현가능하고 큰이득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치적인 결단이 내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인류가 바로 지금 4배 아껴쓰기의 길로 들어서야만 기후 변화, 에너지 부족, 이로 인한 국제적 갈등과 분쟁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결론이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미 에너지 시스템 전환의 길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2050년까지 일인당 에너지 소비를 석유로 환산해서 2.4t으로 줄이기로 했다. 그 중에서 화석연료의 비율은 1t도 채 안 된다. 우리나라는 2010년이면 일인당 에너지 소비가 6.5t으로 늘어난다. 답을 찾아가는것이 아니라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늦기는 했지만 우리도 이 책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희망적인 에너지의 길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이필렬(한국방송통신대교수·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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