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신윤호등 2진 “김성근 감독님, 고맙습니다”

  • 입력 2001년 6월 1일 18시 58분


“몸이 좀 안좋은데요.”

“그래? 아프면 뛰어. 운동장에서 숙소까지 뛰어가.”

프로야구 LG의 2진급 선수들이 지난해말과 올초 두차례에 걸쳐 제주도 전지훈련을 갔을 때 일이다.

당시 LG 김성근 2군감독 지휘아래 훈련을 받던 선수들은 캠프 시작 사나흘만에 입이 한자나 튀어나왔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지옥훈련’ 때문이었다.

투수들은 공을 하루 300개씩 던지기 일쑤였고 타자들은 거의 매일 특타를 해야했다. 오전 오후도 모자라 야간에 조명시설까지 갖춰놓고 또 훈련. 잠자는 시간만 빼놓고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나흘에 한번씩 휴일이 돌아왔지만 김감독은 조를 짜놓고 번갈아가며 특타와 특수를 시켰다. 운동장에서 6㎞ 떨어진 숙소까지의 러닝도 이력이 날 정도로 잦았다.

김감독은 수비 주루 타격 피칭 등 모든 분야에 간섭하며 선수들을 달달 볶았다. 하지만 처음엔 불평하던 선수들이 시간이 흐르자 오히려 더 열심히 하려고 달려들었다.‘한번 해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당시 동분서주하던 정성주 LG 2군 매니저는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이 모두 김감독에게 고마워했다. 그만큼 혹독했던 훈련들이 다 선수들을 위한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몸상태가 엉망이었던 선수들이 나중엔 놀랍게 변해 있었다”고 밝혔다.

김감독의 지휘아래 ‘지옥훈련’을 소화한 선수들은 신윤호 김민기 이동현 권용관 등. 이 가운데 최근 마무리를 맡고 있는 신윤호는 LG의 ‘수호신’으로 떠올랐고 권용관은 3루 주전으로 뛰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소위 ‘선수도 아니었던’ 선수들이다.

‘흙 속에 파묻힌 진주’들을 캐내는 김감독의 뛰어난 조련술은 널리 알려져 있다. 89년 태평양 사령탑으로 있을 때 입단 첫해 1패만 기록한 언더핸드스로 박정현을 이듬해 19승10패2세의 에이스로 키워냈고 프로 2년간 2패로 ‘허송세월’한 왼손 최창호를 89년 10승짜리 투수로 만들어놨다.

지금 LG는 시즌초 나섰던 주전중 3분의1가량이 바뀌었다. 타성에 젖은 선수들은 김성근감독의 스타일을 따르지 않으면 팀에서 쫓겨날 판. 하려고 하는 목표의식이 있는 선수들에겐 좋은 찬스다. 이름보다 실력을 따지는 김감독은 그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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