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꾸러기들을 바로잡아 ‘된 사람’으로 만드는 직업이 ‘선생님’ 이다. 그러니 교사의 아들은 얼마나 행동거지가 반듯할까. 그런데 고교 교사인 저자의 아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시험을 보면 등위가 끝에서부터 손가락을 꼽을 정도고, 공부한다고 나가서는 오락실로 사라지기 일쑤였다.
때로는 크게 야단치거나 종일 마루에 무릎꿇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들에게는 탄복할 만한 면도 많았다. 종일 서울시내를 쏘다니는 게 취미인 그가 ‘어디 다리를 놓아야겠는데….’하면 거짓말처럼 교량 개설 계획이 발표됐다. 환경보호의식도 철저해 아버지가 남긴 라면국물도 함부로 못 버리게 했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 부반장에 당선돼 부모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의젓한 대학생이 된 아들을 바라보며, 아버지는 한 권의 에세이집을 묶어냈다. 술 한잔 권하며 옛 얘기들려주는 듯한 꾸밈없는 문체가 편하게 와닿는다.
“어른의 생각대로 자식을 재고 늘이고 부풀리려 해선 안된다. 무한한 방향으로 뻗칠 수 있는 아이를 부모의 그릇 속에 가두기 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길로 들어서는 것을 막아 주는 선에서만 둑을 쌓아야 한다.” 자기 아이가 영 기대만 못하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읽어볼 만 하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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