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상선 영해침범]北 '무해통항권' 인정받을까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29분


이번에 영해를 침범한 북한 상선들이 우리 해군과의 교신에서 "제주해협은 국제통항로"라고 주장함에 따라 국제법상의 '무해(無害)통항권(Right of Innocent Passage)' 을 북한 선박에도 인정해줄 수 있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제주해협은 제주 서북방 해상의 추자도와 남해 통영 앞바다 욕지도에 이르는 205㎞ 거리의 해협으로 하루 100여척이상 상선과 화물선 등이 왕래하고 있고, 이들 민간선박에 대해서는 무해통항권이 인정되고 있다.

무해통항권은 '모든 외국선박은 한국 영해를 무해 통선(通船)할 수 있다'(5조1항)는 해양법 규정에 따른 것. 이는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을 원용한 것으로 제주해협도 '연안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자유로운 항해를 보장하고 있다.

해양법은 또 외국군함과 비상업용 정부선박의 무해 통선은 사흘전 사전통고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다만 국가안전보장의 필요에 따라 영해내 타국 선박의 무해 통선을 일시 정지시킬 수 있다(5조3항).

그러나 이같은 조항은 어디까지나 평시에 비적성국 선박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 정부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그동안 '정전상태'라는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남북간에 평화협정이 체결돼 평시로 전환된다면 모르지만 현재 정전상태의 적성국에 해당하는 북측 선박에 대해서는 무해통항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군은 즉시 한반도 근해에 '전쟁구역(KTO)'을 선포하고 적성국 선박에 대해선 발포까지 할 수 있다. 해군은 평시에도 KTO보다 범위가 약간 좁은 '작전인가구역(AAO)'을 설정해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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