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상선의 '막무가내'식 통과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33분


북한상선 3척이 2일과 3일 우리 해군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영해인 제주해협을 통과한 것은 남북한 관계를 해치는 도발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제주해협이 아무리 국제항로로 이용되고 있고 또 국제법은 무해(無害)통항원칙을 규정하고 있다해도 북한측의 이번 처사는 용납하기 어렵다.

아직도 정전상태에 있는 우리는 그동안 북한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금지해 왔다. 우리로서는 북측 선박이 상선이고 유해(有害)행위를 하지 않는다 해도 남북한 관계의 특수성과 안보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국제법도 군함이나 기타 인접국에 유해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선박에 대해서는 무해통항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북한 선박이 이 해협에 접근할 경우 유엔군 사령부의 교전규칙에 따라 즉각 통신 검문을 실시하고 그 선박이 공해상으로 나가도록 조치를 취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우리 해군은 남북한관계의 여러 가지 사정을 감안해 물리적인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은 모양이다. 북측 상선들은 우리 해군이 P3C 해상초계기와 초계함 경비함을 동원해 감시활동을 펴며 영해 밖으로 유도하자 “제주해협은 국제항로다” “우리는 상부에서 내린 지시대로 제주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며 막무가내로 항해를 계속했다고 한다. 이번 일을 선례 삼아 제주해협 통과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측의 속셈이 뻔히 보인다.

북한 선박이 제주도 남쪽 바다를 우회해 동해나 서해로, 또는 일본으로 가는 것보다 제주해협을 통과하게 되면 시간과 경비면에서 많은 절약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북측이 그런 경제적 고려 때문에 자기들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주장한다면 정식으로 우리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협의를 제의해 와야 옳다. 우리도 우리 선박이 북한의 남포나 금강산 관광길인 고성항에 들어가기 위해 북한 당국과 수많은 협상을 하지 않았는가.

북측 선박들은 성어기를 맞아 최근 일주일 사이만 해도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4차례나 침범했다고 한다. 이제는 제주해협마저 마음대로 ‘출입’하려 한다. 남북한 대화는 봉쇄해 놓고 도발적인 행동만 하는 북측의 그같은 ‘막무가내’식 태도를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할지 답답한 심정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먼저 남북대화 테이블로 돌아와야겠지만 우리 정부도 북측의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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