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카와 쇼텐은 현재 일본 출판업계에서 연매출 4위를 기록하는 대형 출판사.
1949년 ‘가도카와 문고’ 창간을 시작으로 업계에 뛰어든 이래 세계미술전집, 일본근대문학대계 등 주로 지식인 독자를 겨냥한 출판물을 발간해 왔다. 그러나 1975년 지금의 가도카와 사장이 아버지로부터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대중 취향의 상품 생산에 주력해 왔다.
“한 사회의 문화를 이끄는 것은 지식인이 아니라 대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 시대의 대중이 원하는 바를 민첩하게 읽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가 말하듯 이 출판사의 성공 전략은 시대의 조류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 인쇄물보다 영상물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다는 것을 깨닫고 애니메이션과 영화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러한 판단에는 자사의 출판물을 다른 문화영역의 상품으로 재생산할 경우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
“만화나 소설이 영화화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는 대부분 판권계약으로 성사됩니다. 출판사가 꾀할 수 있는 이윤은 한계가 있는 셈이죠. 그러나 자사의 출판물을 자체적으로 영화화할 경우 흥행에 따른 이익까지 모두 거둘수있습니다.”가도카와 쇼텐이 배출한 최대 흥행작은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 먼저 만화로 펴내고 이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대히트를 기록했다. ‘에반게리온’의 세계적인 성공은 이 같은 섬세한 시대감각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서울워커’ 출간을 계기로 한일 문화교류의 지평을 넓히고자 노력하겠다는 가도카와 사장은 일본 문화개방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나라 문화든지 나라를 따지기 이전에 작품으로 먼저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한일 공동 개최 월드컵을 1년 앞둔 시점에 한국을 방문한 가도카와 사장은 “월드컵을 계기로 한일 문화 교류가 더욱 활성화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수경기자>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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