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자의 눈]이영자 살빼기의 기만극

  • 입력 2001년 6월 3일 18시 49분


“그것도 모르고 이영자 다이어트 소식을 경쟁적으로 방송했으니….”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여러 차례 지방흡입술을 받았다는 한 성형외과원장의 폭로가 보도(본보 2일자 A31면)된 후 한 방송사 PD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3월 방송에 복귀하면서 몸무게를 98㎏에서 62㎏으로 36㎏이나 뺐다며 대대적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리고는 자신이 몸무게를 감량한 과정과 운동방법 등을 담은 비디오를 제작해 지난달 7일 판매에 들어갔다. 그는 이어 각종 방송에 출연해 “운동으로만 살을 뺐다”며 다이어트 비디오를 홍보했다.

이씨는 비디오 판촉을 위해 9일부터 주부 대상으로 전국 순회 행사까지 계획하고 있었다. 그가 다이어트 이후 연예활동을 재개해 지금까지 벌어들인 돈은 8억여원으로 알려졌다. 감량한 몸무게 1㎏당 2220만원을 번 셈이다. 되돌아보면 이같은 모든 과정은 진실을 숨겨가며 철저하게 돈을 벌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씨의 이런 ‘행각’은 결국 돈 때문에 공개됐다. 체중감량 마케팅의 파생 상품인 ‘얼굴 밴드’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지방흡입술을 시술해준 성형외과 원장과의 수익금 분배를 놓고 다툼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서 ‘추악한 비밀’이 드러난 것이다.

‘유효기간 6개월’이라는 방송가에서 연예인들은 인기 있을 때 자신의 상품가치를 극대화해 돈을 버는 ‘히트 앤드 런’ 전략을 쓴다. 이씨의 경우도 나이가 더 들기 전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욕심을 내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이씨가 지방흡입술을 해서 살을 뺐든, 운동으로 살을 뺐든 다른 사람이 상관할 바는 아니다. 여성연예인으로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만 살을 뺐다”고 주장하고 싶은 심정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주장을 상업화의 발판으로 삼아 수많은 시청자들을 기만해온 점이 아닐 수 없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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