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의 이야기경제학-2]'국부론'의 처방 따르면 잘 사나

  • 입력 2001년 6월 3일 19시 13분


다 같은 중국인인데도 홍콩이 중국보다 1인당 소득 면에서 몇 십 배가 되고, 심지어 한국보다 앞선 이유는 무엇인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밝힌 대로 잘 사는 나라가 되는 원리를 그만큼 잘 따랐기 때문이다. 과연 그런가, 그럼 어떤 면에서 그러한가.

영국정부가 식민지가 된 홍콩에 파견한 총독에게 나라 경제운영과 관련하여 요구한 것은다음 두 가지이다. 첫째는 홍콩에 가면 그 곳 사람들의 사유재산을 철저히 보호하라는 것이다. 둘째는 근본 경제문제의 해결은 무엇이건 정부가 나서지 말고 시장에 맡기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국부론’이 밝힌 나라경제를 부유하게 만드는 핵심처방인데 이를 철저히 지키라는 것이었다.

▼글 싣는 순서▼

1. 서양은 언제부터 우리를 앞섰나
2. '국부론'의 처방 따르면 잘 사나
3. 규칙에 살고 반칙에 죽는다
4. 자유경제는 윈·윈게임
5.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
6. "검의 고수엔 칼로 덤비지 말라"
7. 지능 지수 높은 동아시아인
8. 세계 제일 '경제코치'포진
9. 미래주역은 '기업가적 두뇌'
10. '일본 위기'는 잘못된 진단
11. 한강 개발가치 무궁무진
12. 작지만 큰나라 '코리아'
13. 세계 지배상품 만들자
14. 세계수준 대기업 바로알자
15. 글로벌시대의 교육
16. 지식산업시대의 국토
17. 지식기반 산업 준비

사유재산을 보호하라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 사람들이 자·저울·되로써 속이거나, 강도·절도 등으로 남의 재산을 빼앗지 못하게 하고, 공무원들도 각종 규제나 인허가를 통해 뇌물형태로 기업이나 시민들로부터 돈을 빼앗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인들도 기업을 협박해 정치자금 등의 명목으로 돈을 뜯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를 가급적 작게 만들어서 세금을 적게 거둬들이라는 것이다. 필요 이상의 세금은 정부가 개인의 사유재산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홍콩의 세율은 한때 세계에서 제일 낮았다. 또 한때 부자나 빈자 모두 같은 비율로 세금을 내야 된다고 했다. 왜 부지런하여 잘 사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게을러서 못사는 사람은 적게 내야 하는가. 오히려 게으른 사람에게 많은 세금을 물려서 게으름을 못 부리게 해야 된다는 것이 한때 홍콩의 조세철학이었다.

한편 근본 경제문제를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해결토록 해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정부가 이를 모두 해결하려고 하는 나라는 공산주의국가 아니면 아주 못사는 후진국(최후진국)들이다. 사회주의 종주국인 소련은 그렇게 하다가 비능률이 너무나 많이 쌓인 결과 나라 자체가 없어졌다. 아프리카 등지의 최후진국들은 나라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국민이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다. 어느 나라이건 정부가 커지면 사회주의국가나 최후진국들의 모습을 닮아가게 된다.

정부가 나서면 안 되는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정부의 돈은 임자 없는 돈으로 흥청망청 쓰이게 될 소지가 있다. 정부가 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민간기업에 비하여 시간이 오래 걸린다. 잘못을 해도 정책담당자들은 시인하려 하지 않고, 시인하더라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잘못된 것을 시정하는 데는 더욱 더 그러하다. 따라서 영국정부는 홍콩총독에게 민간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이건 전적으로 민간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손을 대지 말라고 했다. 한때 학교도 병원도 심지어 지하철도 모두 민간기업들이 하도록 했다. 그 결과 홍콩인들은 자유로운 경제환경 속에서 소유를 늘리려고 열심히 일했고, 그 과정에서 홍콩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밝힌 잘 사는 나라가 될 수 있는 방법은 과학적인 방법이다. 과학적 방법이란 누구나 똑같은 원리대로 똑같은 실험을 하면 똑같은 결과를 얻게 되는 방법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이 원리에 따라 나라 경제를 키운 영국은 세계 최초의 경제대국이 된 바 있고, 미국은 현재 세계 최강의 경제 대국이 돼 있다. 일본도 짧은 기간에 아시아 제일의 경제대국이 됐다. 한국이나 홍콩은 물론이고 대만, 싱가포르, 서구 선진국들이 그렇게 발전한 것은 모두 이 방법을 잘 따랐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이건 앞으로 잘 살려고 한다면 이를 철저하게 따르는 길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심지어 영국도 20여 년 전에 경험했던 것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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