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포커스]8천억원대의 프로그램매수물량이 부담

  • 입력 2001년 6월 4일 08시 08분


최고 8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국내증시의 단기조정을 야기할 전망이다.

현물(주식)을 매수하고 지수선물을 매도하는 프로그램차익 물량은 1일현재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비차익 프로그램매수 물량도 2000∼3000억원 정도로 집계된다. 비차익 프로그램매수는 국내기관투자가들이 거래의 편의를 위해 15개이상의 종목을 컴퓨터를 통해 한꺼번에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최고 8000억원대의 프로그램매수물량은 그동안 종합주가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1등공신이었다.

외국인들이 주가지수선물(이하 지수선물)을 1만 4000계약이상

순매수하면서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물량이 유입됐다.

즉 지수선물 매수->지수선물 고평가->현물(주식)저평가->프로그램매수 유입->지수상승 등의 선순환을 가져왔다는 게 박광규 동부증권 선물옵션팀 대리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수선물과 주가지수옵션의 동시 만기일(더블 위칭데이)를 불과 8일(매매일 기준)앞두고 프로그램매수 물량이 국내증시에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즉 6월 두 번째 목요일인 14일에 그동안 매도했던 지수선물을 청산하기 위해선 지수선물을 되사고 대신 현물(주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전문가들은 5000억원으로 신고된 차익 매수물량중 대략 3000억원은 더블위칭 데이 이전에 매물로 출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다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물량까지 출회될 경우 시장충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도현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선임연구원은 "지난 1999년 대세상승장에서는 최고 1조 5000억원의 프로그램매수물량을 소화하기도 했지만 최근 시장체력을 감안할 때 5000억원 이상의 매물은 단기조정을 야기할 것이다"고 우려한다.

물론 14일 더블위칭데이때 지수선물 9월물의 가격이 6월물보다 높게 형성되면 '9월물을 매도하고 현물을 매수'하는 만기연장(Roll-over)도 가능한 만큼 예상보다 시장충격이 적을 수 있다고 김 선임연구원은 지적한다. 그렇지만 프로그램 매물로 국내증시의 기술적 반등은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파생상품 전문회사인 웰스랩의 이병열 이사는 외국인들이 국내증시를 좋게 보고 있어 프로그램매물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1만 4000계약에 달하는 지수선물 누적 순매수는 외국인들이 국내증시를 좋게 본다는 반증이다"며 "더블위칭데이에도 외국인들이 지수선물이나 주식을 급격히 매도하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즉 지수선물매도->지수선물가격 하락->지수선물저평가->프로그램 매수물량 청산->시가총액 상위종목 주가하락 등은 피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인들이 지수선물을 급격히 매도할 가능성이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근 엔화와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금리도 안정을 보이는 것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이 이사는 주장한다.

박영암 <동아닷컴 기자>pya84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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