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CF감독 박준원씨 인터뷰

  • 입력 2001년 6월 4일 18시 36분


“할리 데이비슨은 스피드가 아닌 문화를 즐기는 오토바이입니다.”

토마토를 집어던지는 파격 광고로 유명세를 탄 CF감독 박준원씨(35). 8년째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골수’ 할리맨이다. 그가 타는 할리 데이비슨은 99년식 모델 ‘팻보이(Fat Boy)’. 오토바이라면 위험하다며 질색을 하던 아내를 설득해 결혼 축의금으로 구입했다.

그가 할리 데이비슨에 빠져들게 된 첫번째 이유는 독창성. 전세계에 100만대의 할리 데이비슨이 있더라도 똑같은 것은 단 한 대도 없다는 게 박감독의 설명이다. 자신의 취향대로 색깔을 바꾸거나 튜닝을 하다 보면 주인의 ‘성격’과 ‘외모’를 닮은 유일한 할리 데이비슨으로 다시 태어난다. 제조사도 할리맨들의 특성을 파악, ‘조금 모자란 듯한’ 완제품을 내놓는다고 박감독은 말했다.

전통을 고수하면서 남성성을 강조하는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그가 성능면에서 우수한 유럽이나 일본 오토바이를 마다하고 할리 데이비슨을 선택한 것은 ‘원시적 디자인’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 이런 원시성은 할리맨 특유의 복장과 어울려 ‘할리 문화’를 형성한다고 박감독은 덧붙였다.

그의 유별난 취미는 최근 작품 활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제부도의 넓은 모래사장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이 할리 데이비슨을 타며 기타 연주를 하는 광고를 만든 것.

“오토바이를 타는 청소년들을 위해 광고에서 운행중인 사람은 모두 헬멧을 씌웠습니다. 헬멧을 쓰고도 충분히 멋지게 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인터뷰 내내 ‘안전’을 강조하던 박감독은 딸을 낳은 후부터 밤에 야광 조끼를 입게 됐다고 말했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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