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기업경영의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최대 애로인 노사문제에 대해서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불만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열심히 공장을 돌려 꼬박꼬박 세금을 낸 결과가 겨우 이것이냐”는 격앙된 반응도 적지 않다.
재계가 노사분규의 심각성을 제기한 직접적 계기는 석유화학 업종의 여천NCC와 화학섬유를 생산하는 효성 울산공장의 파업. 유화와 화섬은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고전 중인 대표적인 업종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느끼는 파업의 충격파는 더 크다.
재계는 정부가 최근의 불법파업에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예년보다 한달 가량 늦게 진행되는 올해 ‘춘투’에서 노조측에 계속 밀릴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4일 경제5단체장의 긴급간담회가 끝난 뒤 경총 조남홍(趙南弘) 부회장은 “정부가 노사간 대화를 권유하고 있지만 근로자 복귀 전에 협상부터 하라는 것은 사용자에게 모두 양보하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노사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면서도 이해 당사자가 대립하는 사안이므로 일방적으로 어느 한쪽만을 편들기 곤란하다는 입장.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재계가 노사문제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고 있지만 기업도 노사관리를 잘하고 투명한 경영을 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재·최영해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