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풀고 6·15공동선언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일단 긍정적이지만 향후 군의 대응마저 위축시킬 우려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정부의 결정이 앞으로 북측에서 사전통보만 한다면 남북간의 별도 협의 없이도 제주해협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대북지원 물자를 실은 남측 배가 북한 당국과의 협의하에 엄격한 항로를 운항하도록 돼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제성호(諸成鎬·법학) 중앙대교수는 “상호주의가 가장 잘 지켜지는 분야가 해상관할권 분야”라면서 “우리나라 상선이 사전통보만으로 북한에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은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을 통해 정전체제와 직결된 NLL 문제를 이슈화한 뒤 북-미 협상의 새로운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강성윤(姜聲允·북한학과) 동국대교수는 “정부가 남북관계를 더 경색시키지 않기 위해 북한상선 통과를 허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 연구위원은 “북한이 남쪽의 6·15이행의지를 시험하는 동시에 경제적인 항로를 개척하려는 두 가지 의도를 가진 것 같다”며 “정부의 차분한 대응은 북한 강경파보다는 협상파의 입지를 강화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해 정부의 이번 조치에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