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미아 신고체계 '안개속'…시스템 단일화 시급

  • 입력 2001년 6월 4일 18시 55분


《“아이를 잃어버려 저처럼 생활을 포기한 채 전국을 헤매고 다니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세요.” 3월 중순경 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자폐증세를 보이는 아들 유창민군(5)을 잃어버린 어머니 권금숙씨(40). 언어치료소에 들렀다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에 아들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권씨는 파출소와 한국복지재단 등에 미아신고를 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자비를 들여 수천장의 전단을 붙이고 아동보호시설 50여곳을 돌아다녀 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미아신고 및 보호체계가 겉돌고 있다. 특히 행정당국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미신고 아동보호시설은 오히려 ‘미아의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다.

▽실태〓아들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권씨가 수도권 일대에서 돌아다닌 미신고 아동보호시설은 1000곳이 넘었다. 이곳에는 전화를 걸어도 아예 받지 않는 데다 직접 찾아가면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미아발생 현황 추이

연 도발생신고건수신고된 미아연령귀가건수 *( ):상봉률 %
5세미만5∼8세
953726194917773381(91)
963311165316583150(95)
973527167818493260(92)
984040207119693742(93)
993506164618603208(92)
20004357185824993798(87)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공원에서 아들 김태훈군(3)을 잃은 최윤용씨(34)도 같은 수난을 겪고 있다. 최씨는 “미아신고 및 보호체계가 하나로 통합돼 있지 않아 아이를 찾으려면 어쩔 수 없이 전국의 모든 아동보호시설을 돌아다녀야 한다”고 울먹였다.

▽미아 찾기 시스템 현황〓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미아찾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복지재단은 전국적으로 매년 3500∼4000명의 미아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95% 정도는 하루 안에 귀가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찾지 못하는 ‘장기 미아’는 매년 200∼250명에 이른다.공식적인 신고 창구는 크게 경찰청의 ‘182 신고센터’와 한국복지재단의 ‘어린이 찾아주기 종합센터’ 등 두 곳. 인근 파출소 구청 동사무소 등에 신고하면 두 기관에 미아신상 데이터베이스가 작성되고 전국망을 통해 미아를 찾는 방식이다.

▽문제점〓경찰청 182 신고센터는 각종 신고가 신속하게 접수되는 ‘강점’은 있다. 그러나 미아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화상자료가 없는 데다 가출, 실종 사례까지 섞여 있어 ‘장기미아’일 경우 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다.

반면 한국복지재단은 미아의 사진 등 각종 신상자료를 꼼꼼히 비치하고 있지만 경찰처럼 전국 단일의 신고망을 갖추지 못해 기동성 면에서 뒤지고 있다.

더욱이 양대 창구가 분리 운영되면서 정보 교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부모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행정당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미신고 아동보호시설에 수용되면 부모가 아이를 찾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서울 시내 미신고 아동보호시설은 51곳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만 462명의 미아가 수용돼 있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분석이다. 전문가와 부모들은 이 같은 미신고 시설이 전국적으로 수천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은 없나〓한국복지재단의 이재구 팀장은 “행정기관과 민간영역을 통합하는 미아찾기 시스템이 하루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각종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의 신상정보를 통합관리하면 미아 찾기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

미신고 아동보호시설의 양성화도 한 방법이다. 서울시는 시설설치 기준을 갖추어 정식 시설로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중앙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정연욱·차지완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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