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시 삼화동에 살던 김선봉(金善奉·당시 75세) 할머니는 지난해 12월 15일 이웃에 의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고향이 이북으로 40년 전 남편과 헤어진 후 동해시에서 혼자 살아온 터여서 먼 친척이 시신을 화장해 줬다.
김 할머니의 죽음은 이웃 사람들의 뇌리에서 금세 사라졌지만 말동무였던 신금희(申錦姬·46)씨가 최근 김 할머니의 도장을 갖고 동해시청에 나타나면서 다시 관심을 끌게 됐다. 신씨는 “할머니가 죽음을 예상하신 듯 돌아가시기 3일 전 이 도장을 동해시청에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그동안 외지에 나가 있어 전달이 늦었다”고 말했다.
그때서야 시청측은 지난해 4월 김 할머니가 찾아와 500만원이 든 적금통장을 맡기며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고 한 말을 기억해냈다. 시청측은 “여생을 편히 사시는 데 보태 쓰시라”며 완곡히 거절했으나 할머니의 뜻이 워낙 간곡해 통장을 보관하고 있었다.
4일 동해시는 김 할머니의 통장에서 500만원을 찾아 동해시 향토장학기금에 넣었다.
주민들은 “김 할머니가 평소 ‘국가의 지원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으니 나도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말해왔다”고 전했다.
<동해〓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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