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기는 박찬호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지구 라이벌으로 선두 자리에 복귀하려는 다저스 입장에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 특히 애리조나는 최근 9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박찬호로서는 최근 모든 경기의 성적이 올스타전 출장 여부와 맞물려 있는데다가 뱅크원 볼 파크에서 벌어지는 원정 경기라는 어려운 점이 있다. 올시즌 들어 박찬호는 유난히 원정경기에서 약점을 보였다.
상대투수가 제 5선발인 아만도 레이노소로 결정된 것은 다소 행운이 깃든 일. 물론 랜디 존슨이나 커트 실링같은 특급 투수와의 맞대결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와는 반대로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더구나 박찬호의 최근 컨디션을 감안한다면.
애리조나는 현재 연승 바람을 타며 다저스를 따돌리고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주포인 맷 윌리엄스가 부상자 명단에 올라가 있는데다가 맷 맨타이, 브라이언 앤더슨 등 주력 투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해 팀전력이 완벽하지 못한 상태.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이스 곤잘레스나 커트 실링같은 걸출한 스타선수들의 활약과 백업멤버들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며 연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애리조나의 예상 라인업을 살펴보자 - 6월 4일까지의 성적
토니 워맥 (0.245, 10타점, 14도루) - 유격수
스티브 핀리 (0.216, 2홈런, 16타점) - 중견수
루이스 곤잘레스 (0.330, 21홈런, 45타점) - 좌익수
제이 벨 (0.290, 8홈런, 28타점) - 2루수
마크 그레이스 (0.317, 8홈런, 33타점)/에루비엘 두라조(0.288, 6홈런, 18타점) - 1루수
래지 샌더스 (0.260, 16홈런, 44타점)/데이빗 델루치 (0.333, 5홈런, 14타점) - 우익수
크레익 카운셀 (0.212, 2홈런, 4타점) - 3루수
데미안 밀러 (0.227, 1홈런, 9타점) - 포수
아만도 레이노소 - 투수
애리조나 타선은 현재(한국시간 6월 4일) 팀타율(0.257) 리그 8위, 팀홈런(80개) 리그 2위, 팀득점(277점) 리그 5위를 차지하는 등 전반적으로 리그 상위권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지난 오프시즌 동안 애리조나는 마크 그레이스, 래지 샌더스 등 두명의 베테랑을 영입하며 팀타선은 지난시즌에 비해 뚜렷한 상승요인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영입으로 애리조나는 주전 전원이 30대를 넘기는 노인정으로 변해 장기레이스포 펼쳐지는 정규시즌에서 체력적인 약점을 보일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애리조나 타선은 4번타자인 맷 윌리엄스의 부상 그리고 스티브 핀리의 부진 등 악재가 있지만 생애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루이스 곤잘레스를 축으로 현재는 탄탄한 짜임새를 자랑하며 지구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애리조나 타선을 좀더 세밀히 분석해 보면 테이블 세터진은 수준이하, 중심타선의 짜임새는 수준급 그리고 하위타선의 위력은 역시 수준이하로 평가할 수 있겠다.
토니 워맥과 스티브 핀리가 나서는 1, 2번 타순은 수준급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라인업.
최근 몇년째 애리조나의 리드 오프로 활약하고 있는 워맥은 언제나 과대평가를 받는 선수. 빠른 발과 안타 생산력은 뛰어나지만 1번 타자의 척도인 출루율은 형편없다. 주전 자리를 차지한 이후 0.332이상의 출루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올시즌은 더욱 더 부진해 출루율이 3할대도 못 미치는 0.284에 불과하다.
과거 애리조나는 워맥에 이어 제이 벨을 2번 타순에 배치하며 워맥의 떨어지는 출루율을 보완했지만 벨이 최근 들어 중심타선인 4번 자리로 옮겨가면서 스티브 핀리가 2번 타자 역할을 맞고 있다.
그러나 핀리는 2번 타순에 어울리지 않는 타자. 과거 샌디에이고 시절 2번 타순에서 활약하며 정교한 타격을 자랑했지만 애리조나 이적후 2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할만큼 부쩍 향상된 파워를 과시하며 출루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더구나 올시즌에는 극심한 타격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도 애리조나에게는 악재로 나타나고 있다.
부실한 테이블 세터진에 비해 루이스 곤잘레스가 이끄는 중심라인업은 애리조나 타선의 최대 강점. 윌리엄스의 공백을 벨이 어느 정도 메꾸어주고 있고 이적생 듀오인 마크 그레이스와 래지 샌더스가 중심라인업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팀의 득점력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루이스 곤잘레스는 팀타선의 유일한 버팀목. 올시즌 캐리어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4월 홈런 신기록을 수립하며 올시즌 초반 팀타선을 혼자 이끌다시피 했고 팀내 모든 부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홈런 페이스가 최근 들어 둔해지기는 했지만 윌리엄스가 빠진 애리조나에서 팀의 실질적인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제이 벨의 4번 타순은 다소 의외. 그러나 현재까지는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4번 타순에 포진한 이후 벨은 16타수 9안타 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빠른 적응력을 과시하고 있다.
샌더스와 그레이스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그레이스는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레이드 마크인 정교한 타격 솜씨를 과시하고 있고 올시즌에는 장타력도 부쩍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샌더스는 타율은 낮지만 16홈런, 44타점이 말해주듯이 뛰어난 파워와 함께 찬스에 매우 강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삼진수(54개, 팀내 1위)에서 증명되듯이 선구안에 약점이 있고 기동력도 예전에 비해 많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크레익 카운셀과 데미안 밀러가 지키는 하위타선은 팀의 취약점.
윌리엄스를 대신해 3루수로 나서고 있는 카운셀은 수비에서는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타격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2할대가 겨우 넘는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주전 포수인 데미안 밀러도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 이둘은 현재까지 3홈런, 13타점을 합작하는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애리조나로서는 7, 8번 타순에 문제점을 보임으로서 투수타석인 9번까지 이어지는 하위타선에서 전혀 생산력 있는 타격을 얻어낼 수 없어 상위타선에 모든 것을 결정지어야 한다는 부담을 않고 게임에 임하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전체적으로는 상대를 위협할만한 짜임새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애리조나 라인업이지만 벨의 타순 이동으로 중심타선이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으면서 상당한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는 애리조나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연승 분위기로 팀전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도 큰 강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dreamx.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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