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돼가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가짜 보드카 단속을 위해 모든 보드카 병에 소비세 납부 증지(證紙)를 부착토록 의무화했으나 보드카 업체들이 미처 이를 구하지 못해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전체 보드카 판매량의 40∼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 보드카를 마시고 해마다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번 달부터 합법적으로 만들어진 모든 보드카 병에 2가지 종류의 소비세 납부 증지를 붙이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제도를 너무 갑자기 시행하는 바람에 러시아 정부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미처 충분한 분량의 증지를 준비하지 못한 것.
이에 따라 술병에 붙일 증지를 구하지 못한 주류업체들은 생산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고 말았다.
대표적 보드카업체인 크리스탈을 비롯해 수백개의 업체가 현재 가동을 중지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증지 공급이 계속 늦어질 경우 시중에서 보드카가 모습을 감출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짜 보드카를 막겠다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시중에는 오히려 이전보다 가짜 보드카가 더 기승을 부릴 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기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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