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 미일 할부금융 대출 사례

  • 입력 2001년 6월 6일 19시 11분


“점심시간에 전화로 대출을 신청하고 5분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대출금을 찾았다.”

일본의 소비자금융회사인 아이코사가 내세우는 선전문구다. 담보를 내라든가, 보증인을 세우라든가, 대출서류를 작성하는 것 등 복잡한 절차없이 무담보·신용으로, 그것도 무인점포에서 돈을 대출해 준다는 것이다. 빠른 심사와 신속한 대출이 무기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본은 지금 소비자금융 전성시대다. 전국에 6000개 정도로 추정되는 소비자금융회사가 성업중이다.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도 6개나 된다. 다케후지 아콤 프로미스 아이프루등 상장돼 있는 소비자금융회사의 총자산은 1조엔을 훨씬 넘는다. 일부는 이미 2조엔을 넘어선 곳도 있다.

이들은 전국에 1500개 안팎의 영업망과 무인점포 등을 통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름만 소비자금융회사지 신용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은행이나 다름없다.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하고 싶어하는 회사의 상위 랭킹에 소비자금융회사들이 들어있다.

이들은 업계 공동의 개인신용정보기관을 통해 개인에 대한 신용정보는 물론 대출상황 등을 공유함으로써 부실채권을 최소화하고 있다. 갚지 못하는 경우는 2.7% 수준. 은행(6∼7%)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또 카드의 무인·자동발급기를 93년부터 도입하고 무인점포를 운영함으로써 창구를 찾아오기 꺼리는 고객들을 파고들고 있다. 자동발급기를 통한 가입은 전체 신규고객의 70%에 이를 정도로 유행이다.

일본의 소비자금융은 소매금융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돈을 번 뒤 일부는 저축하고 나머지를 소비하던 지금까지의 패턴과는 달리 소비자금융은 (미래소득을 담보로) 일단 돈을 쓴 다음에 돈를 벌어 갚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빠찡코(도박)를 좋아하는 샐러리맨이나 고가외제제품을 선호하는 직장 여성들의 특성에 맞춰 소액자금을 신속하게 대출해주는 금융영역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금융회사의 이미지는 아직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건물 주인들이 소비자금융회사에 사무실을 임대해주기 꺼리고 있다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이에따라 소비자금융회사가 한 빌딩에 5∼6개씩 밀집돼 있다. 다케후지의 자기자본이익률(ROE)가 18.5%나 되고 주당순이익(EPS)의 상위 30개에 소비자금융회사가 5개나 들어갈 정도로 이익을 내고 있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은 일찍부터 신용사회가 정착돼 개인의 신용평가에 바탕을 둔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전해 오고 있다.소비자금융회사들은대부분 신용정보회사(Credit Bureau)의 정보를 기초로 페어아이삭(Fair Issac)사에서 점수화한 피코(FICO)점수와 자체의 경험데이터를 결합한 평점시스템을 만들어 고객의 신용리스크를 관리한다.

소비자금융회사를 이용하는 사람은 FICO점수가 평균(600∼699점)보다 낮은 사람이 대부분. 반면 700∼799점인 사람은 신용조합을 이용하고 800점을 넘는 사람은 은행을 이용한다. 따라서 대출금리는 은행권보다 4∼13%포인트 높다. 개인신용대출의 경우 소비자금융사는 18.0∼28.0%를 받는데 은행은 12.0∼15.0%에 머문다.

미국의 JP모건과 체이스맨해튼이합병한JP모건체이스는 미국의여신전문금융산업(Finance Company Sector)을 투자매력이 높은 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 GE그룹 계열사인 GE캐피털은 신용등급이 AAA로 최상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GE그룹 전체 순이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다. 헬러화이낸셜(Heller Finacial)은 2000년상반기중 순이익이 1억4000만달러나 되고 대손율은 0.65%에 불과하다. 신용카드회사인 캐피탈원과 MBNA등도 은행과 비슷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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