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주일은 고은 선생이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발표한 '미당담론'이란 에세이 때문에 시끄럽기도 했습니다. 치열한 찬반 양론을 찾아 읽으며, 저는 공자님의 말씀 한 구절을 떠올렸지요. 일찍 죽은 애제자 안회를 평하시면서,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고 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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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 미당 선생이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은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깨어버리는 카미카제 자살특공대"('마쓰이 伍長 송가')를 찬양하며 조선의 청년들을 개죽음의 길로 내모는 끔찍한 친일시를 남겼다는 것보다도 해방 이후 독재자를 칭송하는 시와 산문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똑같은 실수를 거듭 반복한 것이지요.
앤서니 퀸의 말처럼 인간은 평생 많은 실수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실수는 또한 공자님의 말씀처럼 똑같은 자리에서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실수를 자각하며 어떤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새로운 자리로 나아가는 것, 그리고 그 새로운 자리에서 또 실수를 하고, 그 실수로부터 또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 그것이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진실되고 단정한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여 물러서거나 변명해서는 아니 될 것이고, 실수를 합리화하며 그 속에 안주해서도 아니 될 것입니다.
6월 7일, SBS '한밤의 TV연예'를 통해 백지영의 인터뷰를 지켜보았습니다. 작년 12월 31일 굿바이 콘서트를 하고 모습을 감추었으니 벌써 다섯 달이 지났네요. 그녀가 과연 컴백할 것인가 아니면 노래를 그만 두고 연예계를 떠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추측이 나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녀는 컴백을 결심했고, 비록 곧바로 국내 무대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대만에서 가수로서의 삶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보면서 가슴 뭉클했던 대목은, 가수 생활을 얼마나 잘 하느냐는 것은 무대에서 얼마나 '포커페이스'를 할 수 있느냐에 달렸고 자신은 '프로'이니까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고 답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지난날의 실수가 카인의 낙인처럼 혹은 그림자처럼 그녀의 뒤를 따라다닐 것임을, 그녀도 알고 있는 것이지요.
포커페이스가 그리 쉬운 일이겠습니까? 굳은 결심을 하고 나왔겠지만 인터뷰 내내 눈물을 그렁거렸고 인터뷰를 잠시 중단하기까지 했지요. 그녀는 과연 지난날의 인기와 사랑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직도 그녀에게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는 이가 많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추락'이라는 신곡 역시 지나치게 그녀의 현재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군요. 무엇인가가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은 미리 계산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사게 되지요.
허나 저는 가수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는 백지영의 고백이 진실이라고 믿습니다. 애교 있는 웃음과 뻔한 인사말만 뱉어대는 다른 인터뷰들에 비해,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신앙의 힘, 시간의 무게와 잊혀짐의 공포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녀의 얼굴은 분명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예술가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녀가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또한 실패한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오래 전에 읽은 앤서니 퀸의 자서전 '원 맨 탱고(One Man Tango)'의 첫머리에서, 그는 자신이 직접 연기하기도 했던 '희랍인 조르바'의 한 대목을 인용하고 있지요.
"나는 인간이 아닌가? 그리고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가 아닌가?"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이기에 실수를 하지만, 또 어리석은 존재이기에 그 실수를 딛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겠는지요? 설령 새로운 도전의 끝이 죽음이나 파멸로 가득 차 있더라도, 그녀는 그곳을 향해 긴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듯 합니다. 인생이라는 여행 말입니다.
소설가 김탁환(건양대 교수) tagtag@kytis.ko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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