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가모브가 누군지는 잘 몰라도 톰킨스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비단 물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중고등학교 시절까지 과학자의 꿈을 키운 경험이 있다면 한번쯤 자전거를 타고 이상한 나라의 거리를 달리는 톰킨스씨의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1940년대에 처음 씌여진 ‘불가사의한 나라의 톰킨스씨’와 ‘원자나라의 톰킨스씨’라는 두편의 작품을 묶은 것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도 밝히고 있듯이 톰킨스 시리즈는 스티븐 호킹 등 숱한 세계적인 과학자들이 처음 과학의 세계에 눈뜬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과 같은 현대 과학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개념과 사상들을 독특한 성격의 주인공인 톰킨스씨가 물리상수가 다른 세계에서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쉽게 이해시키기 때문이다. 가모브는 빛의 속도에 가까운 특수한 상황에서만 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는 상대성이론이나 원자 이하의 세계에서 통용되는 양자역학을 가상의 세계에 도입시켜 톰킨스씨를 통해 직접 이러한 효과들을 체험하게 한다.
러시아 태생으로 미국에 망명한 가모브는 당시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과학에 대한 열정, 세상에 대한 여유있는 태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다.
빅뱅이론의 창시자로 과학적 업적도 뛰어나지만 특유의 해학적이고 비유적인 필치, 그리고 그의 대명사가 된 뛰어난 삽화 솜씨로 수많은 과학대중서를 펴내 유네스코에서 과학대중화의 공로가 높은 사람에게 주는 칼링거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그의 간결하면서도 재치있는 그림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히 글을 보조하는 삽화가 아니라 저서 요소요소에서 그가 다루는 주제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문으로서 통찰력있는 상(像)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통해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의 여러 주제에 대한 시각적 상을 처음 접했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지내던 시절에 그의 그림은 스탈린 체제하의 사이비 과학자들에 대한 풍자의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톰킨스라는 주인공을 ‘호기심이 많고 이해력이 풍부하지만 과학지식이 없는 평범한 은행원’으로 골랐다고 말했다. 강연장이나 음악회에만 가면 졸기 시작해서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거시세계에 적용되는 불가사의한 나라에 대한 꿈을 꾸는 톰킨스씨는 조지 가모브 자신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모브 자신도 처음 과학에 입문한 이후 세상을 떠날때까지 호기심어린 눈으로 자연과 세계에 대한 관찰을 계속했고, 만년에는 자신의 분야가 아닌 생물학에까지 관심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과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이 책에서 친근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이러한 호기심이 숨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동광(과학비평가·고려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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