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힘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거짓과 은폐 음모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분노와 진실을 밝히려는 언론의 사명감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퇴 후에도 그의 인선과정과 임명 후의 검증 작업에 대해 석연치 않은 측면이 있다.
동아일보는 6월 1일자 A1면 ‘안동수씨 아들 병역비리 수사검사 청와대에 근무’, A2면 ‘담당검사 연락 안돼’ 기사와 6월 2일자 A3면 ‘DJ 인적쇄신 소폭에 그칠 듯’ 분석기사를 통해 안씨의 아들 병역비리를 담당했던 수사검사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는 상황에서 그같은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였는지에 초점을 두고 보도하였다. 보고를 했는데도 조치가 없었어도 문제고 보고를 하지 않았다면 더욱 큰 문제임에 틀림없다. 유감스럽게도 동아일보의 추적은 의혹을 제기하는 데서 중단되었다.
법무부장관 임명 파동은 민주당내의 정풍과 쇄신으로 이어졌다. 시작은 권부의 시스템에 초점을 두었으나 당내 권력투쟁으로 변질되고 여기에 언론도 일조한 측면이 있다. 특히 정치인의 언론플레이가 갈수록 지능화하는 상황에서 언론의 ‘가감없는’ 보도는 문제의 해결보다는 정략적 이해를 도와주는 결과가 된다. 6월 1일자 A3면 ‘정풍 파문, 민주당 워크숍’과 6월 5일자 A4면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발언록’을 보면 ‘말따로 행동따로’인 국내 정치의 병폐를 개혁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언론플레이에 말려들지 않았나 생각된다.
북한 화물선의 영해 침범과 북방한계선 통과에 대해 언론은 대응 주체를 군 당국에만 초점을 두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안보와 대북문제가 중첩된 중대 사항은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안보상임위원회(NSC)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동아일보는 사건 직후인 6월 4일자 A1면 ‘북상선 3척 영해침범’과 A3면 ‘북한상선 영해침범’ 기사에서 NSC의 결정 내용만을 간단히 보도하였다. 40년 전 쿠바 미사일위기 때 미국은 NSC라는 국가안보정책결정과정 시스템의 진수를 보여주었는데 우리 NSC는 무얼 했는지 그 내용과 NSC 시스템 자체를 집중 보도해 본질에 접근했어야 한다.
미국의 정책을 정확히 이해하고 대비하는 것은 국익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절실한 과제이다. 그런 점에서 6월 8일자 A2면 ‘한국 의미있는 대화를, 미국선 진지한 논의’라는 제목의 워싱턴발 기사는 매우 적절한 지적을 하였다. discuss는 토의(논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현안을 놓고 진지하게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대화(dialogue)로 해석한다거나 나아가 제네바합의의 이행의 개선(Improved implementation)의 의미를 간과한다면 자기중심적 낙관주의가 초래했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위험이 있다.
유호열(고려대 교수·북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