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홈런 10위안에 든 선수는 무려 10명이나 된다. 이 10명은 모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있고 홈런 10걸에서 유일하게 빠진 SK 에레라 역시 9홈런으로 호시탐탐 ‘톱10’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올 시즌 국내 프로야구 홈런왕 싸움이 ‘용병들의 잔치’라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또 다른 특징은 홈런 경쟁에서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사상 유례없는 혼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 1위부터 10위까지의 차이가 불과 5개. 1주일 단위로 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어 섣불리 홈런 레이스를 점칠 수 없게 됐다.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홈런 공동 3위에 올라 있는 삼성 마르티네스. 당초 삼성에선 빠른 발과 갖다 맞히는 배팅 때문에 시즌 전 톱타자감으로 점찍었다. 하지만 의외로 장단타 능력을 고루 갖춰 팀의 중심타자로 손색이 없다.
지난달 26일 대구 해태전에선 용병 최초로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때려내는 ‘사이클링 히트’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롯데 호세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 메이저리그 출신 호세는 이미 99년 롯데에서 타율 0.327에 36홈런 122타점으로 한차례 실력 발휘를 한 적이 있다. 이밖에 학자풍의 외모와 달리 일발 장타력이 뛰어난 해태의 ‘대학교수’ 산토스와 현대 필립스도 홈런왕 다툼을 해볼 만한 슬러거. 유난히 드센 ‘용병 파도’ 속에서 99년 홈런왕 이승엽(삼성)과 지난해 홈런왕 박경완(현대), 두 ‘토종’의 선전은 관심거리다. 호세와 함께 홈런 15개로 공동 선두인 이승엽은 4월 6개, 5월 7개, 6월 2개 등 페이스가 꾸준한 편. 박경완도 이승엽에 2개 뒤진 13개로 공동 3위에 올라 있어 올해 승자는 누가 될지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롭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