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컨페더컵 현장 25시]감동 서비스

  • 입력 2001년 6월 8일 18시 49분


2002월드컵축구대회 때 해외에서 한국과 일본을 찾을 축구팬은 각각 34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이 양국에서 겪은 체험담은 곧바로 전 세계에 전파되고 이것은 곧 양국 이미지로 직결된다. 그렇다면 해외 축구팬이 양국에 대한 인상을 결정짓는 첫 번째 요소는 뭘까. 바로 생활에 직결되는 교통과 숙박문제일 것이다.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가 열리고 있는 일본의 교통과 숙박은 인프라 면에서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예선전이 열린 니가타와 가시마의 경우 기본적으로 숙박시설이 크게 부족해 각국 취재진이 수 차례 방이 비는 곳을 찾아 호텔을 옮겨다니는 한편 일부는 기차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먼 곳에 숙소를 잡아야 했다. 경기장까지 교통편도 좋지 않아 매번 비싼 택시를 이용하거나 40분 이상을 걸어다녀야 했다.

그러나 서비스의 질을 따지면 ‘감동의 연속’이었다. 우선 택시는 아무리 가까운 거리를 가더라도 합승이나 승차거부, 바가지 요금을 요구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각국 취재진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숙박업소의 친절한 서비스. 가시마에서 호텔을 못 잡아 여관에 투숙한 한 기자는 밤늦게 숙소에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여관 주인이 저녁상을 차려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던 것. 물론 저녁 식사도 기본적으로 숙박요금에 포함돼 있긴 했지만 자정이 다 된 시간까지 손님을 기다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가시마에서 40분 가량 떨어진 한 시골 호텔에 투숙한 또 다른 기자는 첫날 낭패를 당할 뻔했다. 객실에서 외부로 전화가 안돼 기사 전송을 할 수 없었던 것. 호텔 지배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유일하게 외부로 전화 라인이 개설된 이벤트 홀에 아예 개인 집무실을 마련해줬다.

요코하마에서는 방을 못 구한 한 기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요금이 두 배나 비싼 트윈룸에 투숙하자 호텔 측에서 요금을 절반으로 깎아줬다. 이 기자는 다음날 오후 일을 끝마치고 호텔로 돌아갔다 또 한번 놀라야 했다. 마시다 말고 테이블 위에 둔 음료 캔이 위생 비닐로 정성스럽게 밀봉돼 있었던 것.

대도시를 끼고 있는 한국의 월드컵 경기장은 주변 인프라 면에서 일본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찾아오는 손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역시 시설보다는 작지만 섬세한 정성인 것 같다.

<요코하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