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의미가 희박해지는 글로벌시대라고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민족문제와 관련된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예루살렘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인스타인의 무력충돌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우리도 이런 분쟁과 무관하지 않다. 불교계 인사 등이 달라이마라를 초청하려 하지만 중국의 반대로 쉽게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것 역시 티벳의 독립운동이라는 민족문제와 직결돼 있다.
이 책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분쟁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를 민족문제에서 찾고 있다. 구소련 등 공산주의체제 붕괴 이전에는 이데올로기가 분쟁의 최대 불씨였지만 이제는 민족갈등이 화약고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민족의 기원부터 소수민족문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우선 1부에서는 민족 분류의 중요 요소인 인종과 언어 종교문제 등을 살피고 있다. 하나의 민족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유사한 외모뿐 아니라 같은 언어와 종교, 공통된 의식이나 소속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
2부에서는 민족의 대이동과 일본의 아이누족, 중국의 소수민족, 아메리카 인디언, 에스키모, 부시맨이라 불리는 산족 등 소수민족들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본다.
이어 3부에서는 소수민족의 항쟁을 다루고 있다.
1991년 유고슬로비아 사회주의연방공화국(구 유고) 붕괴후 10년 가까이 계속된 유고사태는 6개 주요 민족의 독립운동에 따른 불가피한 충돌이었다. 20세기초에 종교와 역사적 배경이 전혀 다른 지역이 유고로 통합되긴 했지만 그동안 분쟁의 불씨가 숨어있다가 유고 붕괴후 되살아 났다.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하며 고난을 겪고 있는 체첸 역시 러시아에 대한 뿌리깊은 저항의식을 갖고 있다. 18세기 후반 예카테리나 2세가 체첸의 기반인 카프카스로 진출하면서 체첸인들의 반발이 시작됐고 이런 저항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4부에서는 민족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즉 민족간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각 민족이 서로의 욕심을 조금씩 접고 ‘지구동동체’에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게 이 책의 제안이다.
이 책을 펴낸 ‘21세기연구회’는 역사학 문화인류학 고고학 종교학 등을 전공한 일본의 전문가 9명이 설립한 연구모임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