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엄숙한 것만이 아니거든. 시는 고상한 것만이 아니라구. (머릿말. 6쪽)
Ⅰ
사물함을 열어보곤 깜짝 놀랐어. 연필이랑 책이랑 다 없어진 거야. 크레파스랑 삼각자까지도. 알고 봤더니 악어가 먹어치운 거야. 글쎄, 그 녀석이 책상이며 의자며 칠판이며 선생님 출석부까지도 다 먹어치운 거야. 우리 반만이 아니야. 옆 반까지 먹어치우는 거야. 교장실의 소파도, 운동장의 국기봉도, 국기봉위 의 국기까지도.
우리 교실을 먹고 있어요! 악어가!
일학년 애들이 파래져가지고 소리쳤어.
그날 그 일을 다른 학교 친구한테 말했더니 뭐라는지 알아? 그 악어 즈네 학교로 좀 보내달래. 글쎄 말이나 되는 소리니? 왜? 악어가 우리 학교를 아직 덜 먹었잖아. (‘악어가 왔어’)
Ⅱ
코딱지를 돌돌돌 말아서, 꼭꼭꼭 눌러서, 빈대떡처럼 꼭꼭꼭 눌러서. 그래선 강아지 밥그릇에 뚝뚝뚝 수제비처럼 뜯어 넣었어. 그랬더니 강아지가 밥을 먹다말고 그러잖겠니.
오늘은 밥이 짭짤한데. 왠지 간이 맞아. (‘강아지만 모르게’)
Ⅲ
조금 전에 앞니 하나 뺐어. 근데 어떡하니! 혀끝으로 대어보니 앞니 빠진 잇몸이 웅덩이야. 미끄러져 들어가면 한길도 더 될 물웅덩이. 어쩌지..... 거기다 고기를 기를까, 붕어 스무 마리. 피라미를 기를까, 서른 마리. 아니, 물오리를 기를까, 두 마리. 아니야. 물개를 기를 거야. 아니, 아니 그것보다 이게 낫겠다. 내가 옷을 벗고 텀벙 뛰어들어 헤엄치는 게. 수영장 가느라 땀 흘리느니 그게 낫겠다. 그치? (‘그게 낫겠다, 그게’)
번뜩이는 뛰어난 상상력이 끝간데가 없다. 때로는 허풍을, 때로는 능청을 떠는 고 또래 아이들의 장난기가, 발름거리는 콧망울이 눈에 선하다. 코끝이 싸해지는 상큼한 쏘스를 맛본 것처럼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동시 모음집을 2-3학년 이상의 아이들 모두에게 권한다.<아침햇살아동문학회>
achs003@chollian.ne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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