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이에겐 이런 책을]엉뚱한 장난꾸러기에게

  • 입력 2001년 6월 8일 19시 03분


◇ '신발코 안에는 새앙쥐가 산다'/권영상 시/ 고후식 그림/95쪽/ 7000원/ 문원

-시는 엄숙한 것만이 아니거든. 시는 고상한 것만이 아니라구. (머릿말. 6쪽)

사물함을 열어보곤 깜짝 놀랐어. 연필이랑 책이랑 다 없어진 거야. 크레파스랑 삼각자까지도. 알고 봤더니 악어가 먹어치운 거야. 글쎄, 그 녀석이 책상이며 의자며 칠판이며 선생님 출석부까지도 다 먹어치운 거야. 우리 반만이 아니야. 옆 반까지 먹어치우는 거야. 교장실의 소파도, 운동장의 국기봉도, 국기봉위 의 국기까지도.

우리 교실을 먹고 있어요! 악어가!

일학년 애들이 파래져가지고 소리쳤어.

그날 그 일을 다른 학교 친구한테 말했더니 뭐라는지 알아? 그 악어 즈네 학교로 좀 보내달래. 글쎄 말이나 되는 소리니? 왜? 악어가 우리 학교를 아직 덜 먹었잖아. (‘악어가 왔어’)

코딱지를 돌돌돌 말아서, 꼭꼭꼭 눌러서, 빈대떡처럼 꼭꼭꼭 눌러서. 그래선 강아지 밥그릇에 뚝뚝뚝 수제비처럼 뜯어 넣었어. 그랬더니 강아지가 밥을 먹다말고 그러잖겠니.

오늘은 밥이 짭짤한데. 왠지 간이 맞아. (‘강아지만 모르게’)

조금 전에 앞니 하나 뺐어. 근데 어떡하니! 혀끝으로 대어보니 앞니 빠진 잇몸이 웅덩이야. 미끄러져 들어가면 한길도 더 될 물웅덩이. 어쩌지..... 거기다 고기를 기를까, 붕어 스무 마리. 피라미를 기를까, 서른 마리. 아니, 물오리를 기를까, 두 마리. 아니야. 물개를 기를 거야. 아니, 아니 그것보다 이게 낫겠다. 내가 옷을 벗고 텀벙 뛰어들어 헤엄치는 게. 수영장 가느라 땀 흘리느니 그게 낫겠다. 그치? (‘그게 낫겠다, 그게’)

번뜩이는 뛰어난 상상력이 끝간데가 없다. 때로는 허풍을, 때로는 능청을 떠는 고 또래 아이들의 장난기가, 발름거리는 콧망울이 눈에 선하다. 코끝이 싸해지는 상큼한 쏘스를 맛본 것처럼 기분까지 상쾌해지는 동시 모음집을 2-3학년 이상의 아이들 모두에게 권한다.<아침햇살아동문학회>

achs003@chollian.net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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