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오후 들어서는 입장권을 미처 구하지 못한 채 무작정 경기장을 찾은 서포터스들이 “남는 입장권 없나요”라는 팻말을 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날은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국제대회에서 세계 최강의 자리를 겨룬 날. 일본으로서는 93년 프로리그가 출범한 이래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아시아 무대를 넘어서 세계 축구계의 일각으로 우뚝 선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날 일본은 비록 졌지만 내용면에서는 세계 최강 프랑스에 그다지 밀리지 않은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비결은 바로 세계 어느 팀도 부러워할 탄탄한 수비라인에다 경기장 전체에서 뿜어내는 ‘일체감’이었다.
골키퍼로는 보기 드물게 이탈리아 프로무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가와구치를 중심으로 한 수비라인은 경기 내내 큰 소리로 의사소통하며 명확히 책임을 분배, 적절한 위치선정으로 상대의 예봉을 막아냈다. 여기에 스탠드를 가득 메운 서포터스들은 경기 내내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일본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필립 트루시에 감독 역시 후반 미우라, 나카야마 등을 교체투입하며 활발한 공격축구를 구사해 ‘우리는 이기기 위한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확신감을 선수들에게 심어주었다.
일본이 그간 짧은 시간에 눈부신 성장을 한 것은 바로 예선 첫경기부터 이날 결승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선수, 지도자, 팬이 혼연일체가 돼 하나의 방향으로 달려왔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대회를 통해 일본축구를 새롭게 본 잉글랜드 프랑스 등 유럽축구계는 나카타 히데토시를 끌어들이기에 혈안이 됐고 가와구치 외에 스즈키 다카유키에게도 유혹의 손길을 뻗치기 시작했다.
언제나 수비의 불안에 허덕이며 한계를 드러내야 했고 지난 몇 해 주요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에 안간힘을 쓰고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던 한국축구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요코하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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