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인터뷰]20개월만에 인터뷰 나선 최수종

  • 입력 2001년 6월 10일 18시 34분


<<‘왕건’, 아니 최수종(39)을 만났다.

KBS1 ‘태조 왕건’의 왕건역을 맡은 지 20여개월만에 언론과의 단독 인터뷰는 처음이다. 1999년 10월초 왕건역에 캐스팅됐을 때도 인터뷰를 고사했던 그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오로지 왕건으로만 살고 싶고, 비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몇차례 섭외 끝에 서울 광화문 네거리 인근, 그가 단장으로 있는 ‘일레븐 연예인 축구단’ 사무실에서 평상복 차림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TV 왕건’에 익숙해있던 기자에게 수염없는 ‘왕건’이 몹시 낯설었다. 최수종은 “편한 옷차림을 좋아해 양복 정장이 네벌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축구 이야기부터 나왔다. 그는 일요일마다 동호인 축구시합을 뛰는 축구광이다. 중학교까지 축구 선수를 했던 그는 한국 축구의 토대를 세우기 위해 유소년 축구 지원에 힘을 쏟고 싶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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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건을 맡은 이후 그는 ‘왕건’과 집, 축구로만 지낸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쪽에서 섭외도 끊겼다.

방송가에서 “펑크나면 최수종”으로 통했는데 이젠 천만의 말씀이다. 최수종은 “마음이 약해 그동안 출연 섭외를 거절한 적이 없었는데 왕건이후 ‘최수종’을 드러내기가 싫어 모처럼 단호하게 ‘외출 금지’를 천명했다”고 말했다.

‘왕건’역에 대해 최수종은 연기인생의 승부를 걸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왕건’의 극중 성격은 온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사자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이중적 캐릭터여서 웬만한 연기력으로는 소화해 내기 어렵다는 것. 또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온 최수종은 이제 중년의 중후한 내면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긴장을 푼 적이 없었어요. 옆머리가 하얗게 세 염색을 여덟 번이나 했습니다. 꿈에서도 왕건을 여러 번 봤어요. 왕건 연기에 몰두하듯이 고시 공부를 했더라면 벌써 합격했을 것 같아요.”

잠꼬대로도 대사가 나오는 통에 아내 하희라로부터 “이젠 그만좀 해”라는 소리도 자주 듣는다.

단순한 생활로 친구도 연락이 없다.

“6월초 ‘왕건’이후 처음으로 평일 하루가 비었는데 막상 할 일이 없더라구요. 별수없이 대본을 집으니 아내가 포장마차에 소주 한잔 하러 가자고 하더라구요.”

궁예가 죽은 이후 ‘태조 왕건’에서는 그가 리더다. 이전까지 궁예가 부각되면서 왕건역에 대해 “카리스마가 없다”는 비판도 있었다.

최수종은 “조선시대와 달리 고려때는 제왕의 권위가 형성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며 “‘왕건’의 캐릭터가 조선시대의 왕처럼 막강하지 않았다는 점을 시청자들이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최수종은 얼굴이 많다.

그는 1987년 데뷔한 이래 멜로와 트렌디 드라마, 코미디와 쇼프로 MC를 섭렵했다. 1998년 KBS 2 ‘야망의 전설’이후 한층 눈빛이 강렬해졌고 이번 ‘태조 왕건’에서 또다른 얼굴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면 자연인 최수종의 진짜 얼굴은 무얼까.

그는 가장 자상해보이는 연예인으로 손꼽힌 적이 있다. 실제 그렇다.

촬영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아내에게 미주알 고주알 전화를 한다.

“집사람은 두 아이를 키우는 게 더 재미있대요. 요즘도 하루에 한번씩 드라마 출연 섭외가 들어오지만 본인이 나서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두시간쯤 흘렀다.

기자의 눈에는 그제서야 최수종에게서 ‘왕건’의 모습이 걷혀졌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굵은 팔뚝, 축구로 단련된 탄탄한 하체를 보면 그가 가벼운 멜로 드라마에 맞는 연기자라는 생각은 이내 사라진다.

최수종은 “(사극이) 너무 힘들어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지만 이제 웬만한 드라마에서는 펄펄 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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