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면접의 경우 대학마다 독특한 문제를 출제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교과서적인 논술고사에서부터 개별면접, 집단토론 면접 등 다양한 전형방식이 동원됐다.
▽시사문제에 주목하라〓이번 수시모집 면접에서 나타난 뚜렷한 특징은 신문 방송에서 이슈가 된 시사문제를 주제로 한 내용이 많았다는 점이다.
한양대의 인성 가치관 평가에는 ‘이영자 체중 감량 의혹’ ‘기여입학제’ ‘교육이민’ ‘가뭄극복’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등 요즘 한창 논란 중인 문제 또는 현안이 나왔다.
경희대는 심층면접에서 ‘당신이 인문계 고교 교장이라면 어떤 교과목을 신설 또는 폐지하고 시간을 조정하겠느냐’는 질문과 함께 그 이유를 설명하도록 했다.
‘현대의 금강산 개발’(이화여대) ‘안전벨트 착용’(성균관대) 같은 주제도 포함됐다.
▽영어지문 제시〓인문계 자연계 모두 면접의 주제에 대해 영어지문을 제시한 뒤 글의 요지를 묻고 이와 관련된 추가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험생의 수학능력 중 하나인 영어를 얼마나 이해하느냐를 간접 평가할 수 있어 대부분의 대학들이 영어지문을 채택했다.
한양대는 인성평가의 모든 주제를 영어지문으로 제시했고 이화여대는 ‘세계화와 동질화의 논란’ 문제에서 영어 글을 냈다.
▽전공학과 배경지식 평가〓심층면접에서는 수험생의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평가하려는 문제들이 주류였다. 특히 인문계보다는 자연계가 이런 경향이 강했다. 고려대는 ‘음식 쓰레기가 하천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을 변화시키는 방법과 이유’를 물었다.
이화여대는 ‘컴퓨터 10대를 감염시키는 데 2시간씩 소요되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유포되기 시작한 후 1000만대가 보급된 우리나라 컴퓨터의 10%를 감염시키는 데 얼마나 걸리느냐’는 질문을 했다.
성균관대 자연계에서는 제시된 수리문제에 답과 풀이과정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라는 문제가 출제됐고 한양대는 교수 앞에서 칠판에 직접 수학 물리 화학을 통합한 문제를 풀도록 요구했다.
▽토론으로 평가한다〓고려대는 1차 서류전형 합격자 825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제시문에 따라 자신의 논거를 펼치는 논술고사와 수험생 1명에 면접위원 2명이 나와 1인당 15∼20분씩 면접하는 구술고사를 치렀다.
‘기술문명과 인간의 삶’이란 주제 아래 단편소설과 외국 책에서 뽑은 영어 예시문을 섞어 다섯 가지의 예시문을 제시하고 현대인이 바라보는 기술문명에 대한 의미, 문제점에 대한 원인과 진단 및 해법 등을 수험생들이 피력하도록 했다.
고려대 김승권 입학관리실장은 “서류전형에서는 수험생 간에 큰 차이가 없어 면접구술고사에서 실력을 평가하려 했다”며 “수험생이 전공관련 지식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도 중요한 평가 항목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