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생명이다]주부 한인희씨의 '물아끼기'

  • 입력 2001년 6월 10일 18시 51분


《석달 이상 계속되는 극심한 가뭄은 ‘물 한방울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물쓰듯’이란 표현은 이제 ‘금싸라기 같은’과 같은 의미로 통해야 할 시대가 됐다. 지구촌 곳곳에서 물 분쟁이 일고 있으며 우리도 곧 절대적인 물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우려된다. 생활 속의 물 절약법을 소개한다.》

“물을 아끼면 용왕님이 돌보신다는 말도 있잖아요.”

서울 서초구 방배3동에 사는 주부 한인희(韓仁姬·56)씨. 서울시가 위촉한 수도모니터 요원이기도 한 그는 악착같다 싶을 정도로 물을 아껴 쓴다.

우선 빨랫감을 바로 세탁기에 넣는 법이 없다. 목욕물을 이용, 비누로 애벌빨래를 한 뒤 손으로 헹구고 나서야 세탁기에 넣어 탈수한다. 팔 운동을 적당히 한 덕분에 오십견이 없어졌고 세탁기에서 세제를 사용해 빨래하는 것보다 물 사용량이 절반 이하로 줄고 옷도 덜 상하니 ‘1석3조’라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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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빨래를 하고 난 물은 어떻게 할까. “20년 전에 산 알루미늄 들통(20ℓ들이) 3개에 담아뒀다가 변기 세척이나 베란다 청소할 때 씁니다. 변기 밸브는 아예 잠가버렸어요. 변기가 낡아 자주 고장이 나기도 했지만 워낙 하마처럼 물을 많이 먹어 없애서….”

쌀 씻은 물은 예외 없이 화초의 생명수가 된다. “쌀뜨물을 먹은 화초는 꽃이나 잎 색깔이 아주 곱고 예쁘거든요.” 기름기 묻은 그릇은 키친타월로 씻어낸 뒤 설거지를 하고 최대한 세제류를 적게 사용하는 것은 기본. 남편인 도갑수(都甲守)한국자원재활용연구원장도 한씨의 ‘지독한’ 물 절약 방식을 전적으로 밀어준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물을 아껴 쓴 결과 한씨 가족(3명)의 한달 수돗물 사용량은 불과 4∼5t. 웬만한 4인 가족이 한 달에 쓰는 물 사용량의 4분의1 수준이다. “수돗물 값이 워낙 싸기 때문에 가계에 별 보탬은 안될 텐데…”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한씨의 명쾌한 대답. “기껏해야 남들보다 한달에 3000∼4000원 절약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1000만 가구가 한달에 물 사용량을 1t씩만 줄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국가적으로는 연간 1조2000만t을 절약하는 셈이죠.”

그는 “가뭄으로 온 나라가 물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데 아직도 일부 사람들이 나 몰라라 하며 물을 펑펑 쓰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물은 무진장 많이 쓸 수도 있고 아낄 수도 있지만 생활 습관의 문제이고 물 절약 습관이 몸에 배면 전혀 불편하거나 번거롭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물 절약 실천수기 우수사례집’에 실린 김삼순씨(여·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거주)의 글 한 대목에 눈길이 갔다. “‘쳇! 그깟 게 얼마나 된다고’하며 수도꼭지를 더 세게 틀어놓고 물을 마음껏 쓰는 사람 치고 여러 개의 신용카드를 가지지 않은 사람 없고 카드마다 한도액을 초과하지 않은 사람 없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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