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강산 협상과 북의 어선 총격

  • 입력 2001년 6월 10일 18시 51분


어려움에 처해 있던 금강산 관광사업이 최근 현대와 북측간의 협상을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대측은 10일 금강산 육로 관광, 관광특구 지정 문제 등에서 북측과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해 앞으로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남북 당국간 협상이 주목된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다. 현대측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는 관광객들이 자동차로 금강산을 왕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도로 건설은 남북 군사회담뿐만 아니라 비무장지대(DMZ)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와의 협의도 필요한 사안이다. 또 공사가 시작된다고 해도 지금 경의선 복원공사가 북측의 무성의로 중단상태에 빠져 있는 것처럼 북한이 언제 마음을 바꿀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앞으로 금강산 관광을 위한 현대-북한 및 남북 당국간 협상은 철저하게 경제성 위주로 검토되고 추진돼야 한다. 금강산 관광이 처음 시작된 이래 31개월 동안 이 사업에 부여되었던 온갖 정치적 상징성과 감상론적 시각이 결과적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실만을 키워왔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남북 화해의 옥동자라고는 해도, 경제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금강산 관광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

북측이 이번에 금강산 육로관광 등에 합의해준 것은 전향적인 자세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북방한계선(NLL)을 넘은 우리측 어선에 총격을 가한 사건은 북의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준 실례였다. 자기네 배는 우리측 영해를 무시로 넘나들고 무해통항권을 주장하면서, 조류에 밀려 떠내려간 그물을 걷기 위해 NLL을 넘은 남측 어선에는 총격을 가한 것이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북한이다.

남북관계에는 아직 화해-협력과 대립-갈등의 ‘이중 구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북측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비판하고 경계해야 한다.

최근 양측 선박의 상대방 영역 침범사건에서 보여준 우리 정부의 앞뒤가 맞지 않는 어정쩡한 자세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북측 상선의 우리 영해 침범에 대해서는 북측과 협상도 하기 전에 무해통항권을 인정하겠다는 듯한 관대한 자세를 보인 반면 우리측 어선의 피격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입장 표명조차 없다.

정부로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이나 금강산 관광도 중요하겠지만 북한에 대해 따질 것은 철저히 따지고 지킬 것은 지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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