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강(江)’에 비유되는 혈관. 강물이 흐르면서 지류로 나눠져 대지 곳곳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 듯 혈액은 온 몸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세포는 혈액 공급이 끊기면 죽는다.
뇌혈관질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뇌중풍은 뇌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높은 압력 때문에 터져(뇌출혈) 뇌세포들이 ‘몰사’하는 병. 뇌세포는 한번 죽으면 재생이 어렵기 때문에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곤 한다. 뇌중풍은 국내 사망원인 1위로 99년 한해 동안 10만명 중 73명이 숨졌다. 2위인 심장질환(39.1명)의 2배이고 3위인 교통사고(26.3명)의 3배에 육박한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김종성교수(45)는 뇌중풍 분야에서 세계적인 ‘고수(高手)’로 통한다. 91년부터 ‘스트로크’ ‘신경과학’ 등 세계적 학술지에 낸 논문만 80편이 넘고 미국 하버드대학 등 유명 외국대학의 연사로 초청되기도 했다. 그는 뇌중풍 뒤 복잡하고 다양한 감각 장애와 뇌간에서 생기는 뇌중풍 연구에 있어서 독보적인 전문가다. 최근엔 ‘뇌에 관해 풀리지 않는 의문들’(지호 간)이란 대중 교양서적을 내기도 했다.이번에 김교수와 톱을 다툰 서울대병원 윤병우교수는 고3때 급우다.
◇6시간 이내 막힌 혈관 뚫어야
김교수는 뇌중풍이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라 20∼30대부터 서서히 진행되는 병임을 강조한다. 최근엔 30대 중에도 뇌혈관을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로 찍으면 혈관이 울퉁불퉁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으며 이는 벌써 뇌중풍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는 것.
―뇌경색과 뇌출혈 중 어느 것이 더 위험한가?
“일반적으로 출혈이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순 없다. 손상받은 부위와 범위에 따라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뇌의 동맥은 목의 앞 뒤에서 각각 2개가 올라가 뇌바닥에서 서로 연결되는 ‘로터리’를 이룬 뒤 각기 뇌의 막을 감싸거나 파고들며 위로 가지를 치고 올라간다. 큰 줄기가 막히면 실핏줄이 터지는 것보다 훨씬 위험하다. 실핏줄이 터진 경우 증세없이 지나치기도 한다.”
―뇌중풍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환자가 갑자기 쓰러졌을 경우 집에서 다른 조치를 취하거나 약국 한의원 등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허비해선 안된다. 곧바로 119로 연락해 대형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병원 응급실에선 신경과와 신경외과 방사선과 의사 등이 치료 방법을 논의한다. 늦어도 6시간 내에 혈관을 막고 있는 핏덩어리를 약으로 녹여야 한다. 요즘엔 팔이나 사타구니를 통해 동맥 안쪽으로 가느다란 튜브를 넣어 뇌의 막힌 부분까지 도달케 한 뒤 핏덩어리를 녹이는 유로키나제를 집중 투여한다. 그러나 10여명 중 1명은 뇌출혈 부작용 때문에 증세가 나빠진다. 티―피에이라는 핏덩어리 용해제를 팔뚝에 주사하는 방법도 쓰이지만 효과를 장담하기엔 이르다.”
◇싱겁게 먹고 폭음 삼가도록
―예방은 어떻게 하나?
“고혈압 환자는 늘 조심해야 하며 당뇨병 심장병 비만 등도 뇌중풍의 위험 요인이다. 흡연과 폭음은 뇌중풍의 촉진제다. 싱겁게 먹도록 입맛을 바꿔야 한다. 또 무조건 지방질을 적게 먹어야 한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마른 사람은 지방을 적당히 먹어줘야 한다. 콜레스테롤이 너무 적으면 혈관벽이 약해 뇌중풍이 오기 쉽기 때문이다. 혈액순환제의 뇌중풍 예방 효과를 맹신하는 사람이 많지만 의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는 없다.”
◇응급치료체계 개선 필요
―최근 선진국의 뇌중풍 정복 경향은….
“첫째, 치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진단 기술의 발달을 꼽을 수 있다. 우리 병원에서도 특수 MRI를 이용해 뇌 손상 부위 뿐 아니라 손상의 진행 정도를 신속히 파악한 뒤 치료에 들어간다. 둘째, 핏덩어리를 녹이는 약과 뇌보호약도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셋째, 응급시스템의 개선이다. 미국에선 구급대가 몇 분 내에 도착해 의료진이 응급처치에 들어가며 앰뷸런스 안에서 뇌보호제를 투여하고 이동용 MRI로 뇌사진을 찍어 병원의 의사에게 보내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병원에선 의사가 치료법을 결정하고 환자가 도착하면 곧바로 치료에 들어간다. 넷째, 회복 치료로 뇌세포 이식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만한 성과는 없다. 우리의 경우 응급진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뇌중풍의 전조(前兆)증세
(신경과 의사의 진단 필요)
①갑자기 한쪽 얼굴 팔 다리 등이 저리거나 힘이 빠진다.
②갑자기 한쪽 눈의 시력이 나빠지고 침침해진다. 시야의 한쪽 부분이 잘 안보인다.
③갑자기 두통이 생기거나 평소와 다른 양상의 두통이 발생한다.
④갑자기 어지럽거나 한쪽으로 몸이 쏠린다.
☞뇌중풍의 증세
(급히 대형병원 응급실로)
①몸의 반쪽이 마비되거나 감각이 없어진다.
②정신이 말짱한데 말을 잘못하거나 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③말을 하거나 알아듣는데 입술과 입안의 근육이 마비돼 발음을 못한다.
④갑자기 한쪽 눈이 안보이거나 시야의 한 귀퉁이가 어둡게 보인다. 또는 갑자기 물체가 겹쳐 보인다.
⑤난생 처음 경험하는 극심한 두통이 온다.
⑥어지럼증과 함께 구역질이 난다.
⑦의식 장애, 치매 등이 생긴다.
☞뇌중풍과 유사한 다른 질환
①만성 두통〓몇년 또는 몇십년간 두통이 있고 발음장애나 반신마비는 없다.
②귀 질환〓귀의 안뜰기관이 고장나면 어지럼증 메스꺼움 구토 등이 생긴다.
③뇌종양과 뇌농양〓뇌중풍과 증세가 비슷하지만 서서히 진행된다. 뇌중풍은 갑자기 온다.
④파킨슨병〓손발을 떨며 동작이 느려진다. 뇌중풍 환자가 손발을 떠는 경우는 거의 없다.
⑤얼굴신경 마비〓한쪽 얼굴이 마비되는 것 외의 다른 증세는 없다.
⑥알츠하이머병〓기억력이나 판단력 등이 주된 문제. 뇌사진을 찍으면 뇌가 쭈그러진 것 외에 뇌중풍의 흔적은 별로 없다.
◇뇌혈관질환 신경과 베스트10
성 명
병 원
세부전공
김종성
울산대 서울중앙
뇌중풍 두통
윤병우
서울대
뇌중풍
정진상
성균관대 삼성서울
두통 뇌중풍
이병철
한림대 성심(평촌)
뇌중풍 치매 간질
허지회
연세대 세브란스
뇌중풍
이광호
성균관대 삼성서울
뇌중풍
조기현
전남대
뇌중풍
이태규
경희대
두통 뇌중풍
장대일
경희대
뇌중풍
나정호
인하대
뇌중풍
◇뇌혈관질환 신경외과 베스트 10
성 명
병 원
세부전공
오창완
서울대
뇌혈관 수술
허승곤
연세대 세브란스
뇌동맥꽈리 및 뇌혈관기형 수술
김선호
연세대 세브란스
목동맥질환 수술
권 양
울산대 서울중앙
비절개 뇌혈관 수술
홍승철
성균관대 삼성서울
뇌혈관 수술 간질 치료
김철진
전북대
뇌동맥꽈리 수술
권병덕
울산대 서울중앙
뇌중풍 및 뇌동정맥기형 수술
최창화
부산대
뇌혈관 수술
백민우
가톨릭대 부천성가
비절개 뇌혈관 수술
박현선
인하대
뇌동맥꽈리 수술
◇어떻게 뽑았나
뇌혈관 질환을 담당하는 전문의 중 신경과에서 울산대 서울중앙병원 김종성교수와 서울대병원 윤병우교수가 거의 비슷한 점수로 ‘50세 이하 베스트닥터’로 꼽혔다. 신경외과에선 서울대병원 오창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허승곤, 김선호교수 등 3명이 ‘선두그룹’을 형성했다.
이는 본보 헬스팀이 전국 17개 대학병원에 설문지를 돌려 응답지를 보내온 15개 대학병원 신경과 및 신경외과 교수 70명의 추천 결과를 집계한 결과다.
서울중앙병원 권병덕교수는 지난해 ‘베스트닥터의 건강학’의 순위로 봐서 이번에 신경외과 부문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의외로 선두그룹에 들지 못했다. 이는 권교수의 나이가 만 50세여서 추천을 덜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추천받은 의사들의 점수를 병원별로 집계한 결과 서울대병원, 서울중앙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한림대성심병원(평촌), 경희의료원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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