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공학과 출신들이 경영학과 선배였던 이씨를 추모하게 된 것은 가로 80㎝, 세로 58㎝의 깃발 때문. 당시 시위현장에서 쓰러진 이씨의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멈추기 위해 주위에 있던 화공학과 학생들이 사용한 것이 바로 ‘화공학과 깃발’이었던 것.
그 후 이 깃발은 화공학과 선후배들에 의해 캐비닛 등에 ‘전설’처럼 보관돼 왔다고 한다.
그러다 5월초 졸업생 오승환씨(29·전주세계소리축제 마케팅 팀장)가 “이것은 단순한 깃발이 아니라 우리나라 민주화 역사의 조그만 상징이다. 이렇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해 깃발을 영구보존하자는 제안을 한 것. 화공학과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한달여 준비 끝에 이씨가 사고를 당한 지 14년째 되는 날 추모모임을 갖게 된 것.
이씨의 핏자국이 아직도 선명한 깃발은 액자 속에 넣어졌고 따로 동판으로도 만들어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씨 추모를 위한 특별위원회까지 만든 화공학과 졸업생 재학생들은 이날 공대 앞에서 당시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사진 전시회를 여는 한편 당시 이씨와 함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87년 화공학과 학생회장 등 선배들을 초청해 그들의 삶과 생각을 듣는 시간도 마련했다.
특별위원회는 이씨의 혈흔이 남은 깃발을 이씨 추모사업회나 민주화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민동용기자>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