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20여개국이 기상조절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1932년 세계 최초로 ‘인공비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이 분야에서 단연 앞서 나가 상당한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은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일 뿐 실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가뭄극복 대책의 하나로 1999년 한-러 기상협력회의에서 인공강우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으나 예산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4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기록적인 가뭄으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남한 지역은 90년만의 대한(大旱)이며 북한은 이보다 더 심해 ‘1000년만의 왕가뭄’이란 말까지 나왔다. 북한의 기상수문국 관계자는 얼마전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이번 가뭄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1000년에 한번이나 있을 수 있는 왕가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요즘 동북아시아 지역이 모두 가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의 한 시(市) 정부는 최근 시내 목욕탕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치권도 뒤늦게 정쟁(政爭) 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뭄현장을 찾는 여야 지도부의 발길도 부산하다. 그러나 농민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은 것 같다. 방해만 된다는 얘기다. 민심이 아니라 단지 표를 의식한 겉치레 방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부모묘 이장으로 구설에 오른데 이어 지난 주말 ‘가뭄 난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골프를 즐겼다니 정치인에 대한 농민의 불신이 오죽하겠는가.
<송대근논설위원>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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