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북측의 우리 어선 총격사건도 비록 검문에 불응하고 도주했다고는 하나 국제적 관례상 공해상에서 비무장 선박에 대해 발포한 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 상선의 영해 침범은 국제법적 측면으로만 보면 국제해사기구(IMO)의 ‘세계상선편람’에 정식 등록돼 있고, 호출부호까지 부여받은 선박이어서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데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들 선박의 (제주해협) 무해통항권 인정 여부는 남북한의 특수한 사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북이 정전상태에 있는 특수한 현실과 그동안 우리 선박에 대한 북한의 대응을 감안해 영해 침범에 대해서는 보다 단호하게 대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제성호(諸成鎬) 중앙대 교수는 “해양주권 수호차원에서 제한된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일단 경고성 발포라도 해서 정선(停船)시켜 조사한 뒤 북측과의 협상을 통해 재발 방지를 보장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해군의 한 해양법 전문가도 “북한 상선들은 모두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국제법상 상선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세계 135개국이 가입한 유엔해양법협약에 아직 가입하지 않은 만큼 북한에 대해 국제법을 적용한다는 것도 맞지 않다”며 “특히 북한은 서해 5도를 자기네 영해로 편입했고 동해 50해리(약 90㎞)까지를 군사경계수역으로 설정하는 등 국제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춘호(朴椿浩) 국제해양법재판소 재판관은 “북한의 제주해협 무단통과로 일어난 사태는 앞으로 북한이 대외개방을 통해 무역을 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북 해운협상을 할 때 상호주의를 적용해 북한 영해도 개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