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이영자 사건' 결국 모두가 피해자로

  • 입력 2001년 6월 11일 18시 37분


연예계가 잠시 잠잠한가 했더니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지난주에 터진 개그우먼 이영자의 지방 흡입 수술 파문은 결국 기자회견으로 이어졌고 시청자들 앞에서 늘 호탕한 웃음을 보여주던 이영자가 오열 끝에 실신하고 말았다.

환자의 비밀을 지켜주어야 할 의무를 어기고 수술 여부를 발설한 병원 측의 잘못도 있었고 처음부터 솔직하지 못했던 이영자측의 책임도 있는 쌍방 과실이었는데, 유두함몰 교정 등 한 여인의 치부까지 공개돼 버린 씁쓸한 사건이었다.

이영자의 인기비결은 뚱뚱한 몸매와 걸죽한 입담이었다. 개그계의 대부 전유성이 밤업소에서 일하던 그를 방송에 데뷔시켜준 것도, 그 자신이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도 그런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밥줄이나 마찬가지인 비만 체중을 목숨 걸고 감량했을 때에는 보통 각오가 아니었을 것이다.

덜 떨어진 맹구가 갑자기 똑똑해지면 재미없듯이 뚱뚱한 영자가 날씬해지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 흡입력을 잃는 일이었다.

그는 그 이유를 “돈과 인기도 좋지만 한 여자로서의 인생이 더 중요해서”라고 밝혔지만 돈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였다. 살을 빼기 전, 그는 자신이 직접 설립한 외주 프로덕션이 실패하면서 그동안 벌어놨던 돈을 모두 날리고 말았다.

그 때문에 그는 절친한 사이인 모델 A양의 집에 얹혀 살면서 모든 것을 걸고 살을 뺐다. 그 와중에 지방 제거 수술도 해보고 단식도 해보고 다이어트 식품도 종류별로 다 먹어보는 등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역시 효과를 본 것은 운동이었다. 피나는 노력 끝에 감량에 성공한 그는 함께 다이어트 비디오를 만들어 보자는 A양의 제안을 뿌리치고 조성모가 소속된 GM 프로덕션과 손을 잡고 괌에서 비디오를 만들었다.

GM측의 기획력과 홍보력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문제의 성형외과 근처 월세 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그로서는 GM측이 제시한 파격적인 금액에 대한 욕심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영자는 장애인 조카를 위해서라도 이번 비디오에서 많은 수입을 올리면 경기 일산에 장애인 재활센터를 건립할 계획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연예인은 불미스런 스캔들로 큰 상처를 받으면 스스로 위축돼 쉽게 치유되질 않는다. 지금 이영자는 대인 기피증과 우울증에 걸려있고 출연 중이던 방송에선 도중 하차했다.

절친한 사이였던 A양과도 서먹해진 상태이고 그의 다이어트 비디오도 적자가 예상된다. 투자금을 건지기 위해선 10만개는 팔려야하는데 3만개가 팔린 상황에서 그나마 반환까지 해줘야할 형편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그 성형외과는 지금 문을 닫았고 협박을 당했다던 그 가족들은 아직도 불안해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맞는 지는 시간이 지나 조사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영자도 이 사건의 희생자라는 점이다. 그녀에 대한 일방적 돌팔매질은 이제 그만 거두었으면 한다.

김영찬(시나리오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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