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국민-주택 합병은행장 선임 어디까지 왔나

  • 입력 2001년 6월 11일 18시 40분


국민-주택은행 합병의 마지막 ‘걸림돌’로 남은 합병은행장을 놓고 합병추진위원회, 정부, 은행이 각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합추위 관계자는 11일 “국민-주택은행 합병은 우량은행간 결합인데다 지분의 절반 이상을 외국계가 지녔다는 점에서 과거의 합병은행장 선출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정부의 의지대로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목소리 낸다〓합추위는 8월초까지 합병은행장을 내정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주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합추위 관계자는 “양 은행장이 5월말까지 이 문제에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6월부터는 합추위가 나설 것이라고 통보했으나 양 은행장이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선 합추위는 행장추천위를 구성할 예정. 합추위 관계자는 “현재의 합추위 6명 중 양 은행의 대표 두 사람을 빼고 대신 대주주대표를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또 합병은행의 최대 주주는 9.68%를 보유하게 될 정부인만큼 정부 대표도 포함시킨다는 방침.

이 관계자는 “양 은행장 외에 제3의 후보에게도 기회를 줄 것”이라며 “추천위는 7월말이나 8월초 추천자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며 최종 결정은 여기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합추위가 합병은행장 선출을 8월초로 미룬 것은 10월로 예정된 합병주총을 염두에 둔 것. 선출 후 탈락한 측에서 반발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한 포석이다. 현재 양 은행직원들도 합병은행장직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탈락한 쪽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홍콩의 모 월간지가 ‘합병은행장으로 누가 적합한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벌이자 국민은행이 공식항의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누가 결정될까〓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만일 합추위가 합의에 도출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양 은행장 중 한 명을 합병은행장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도 제3의 인물보다는 양 은행장 중 한 명에게 합병은행장을 맡기는 게 낫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일-상업은행이 합병한 한빛은행의 한 임원은 “신속한 통합을 위해 양 은행장 중 한 명이 책임을 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도 “합병 초기엔 통합이 중요한 만큼 내부사정에 밝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김정태행장에게 조금 나은 점수를 주고 있지만 김상훈행장은 대주주인 골드만삭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합추위 관계자는 “충분한 의견수렴없이 한쪽의 행장이 합병은행장이 될 경우 상대방 은행 직원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며 “제3의 인물이 통합을 위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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