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끝난 후 이 경기장들이 각 자치단체에 부담스런 ‘흉물’이 될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도시의 ‘자랑’이 될지는 전적으로 어떤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10개의 경기장을 신증축한 일본도 이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97년 10월 한일 양국을 통틀어 가장 먼저 개장한 요코하마경기장 관계자가 밝힌 경기장 연간 유지,운영비는 총 10억엔(약 100억원). 이중 3억엔은 자체 수입으로 충당이 된다.
기린맥주, 닛산 등 기업으로부터 받는 광고 후원금이 1억엔, J리그 등 프로경기 유치로 들어오는 수입이 1억엔, 주차장 매점 등 수익활동으로 얻는 수입이 1억엔이다.
문제는 나머지 7억엔. 가장 덩치가 큰 이 돈은 요코하마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시는 그 대신 저렴한 비용에 경기장 육상 트랙, 수영장 등 스포츠 시설, 스포츠 의학센터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또 시는 그동안 굵직굵직한 축구 이벤트를 적극 유치해 관람객들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최대화하고 있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래도 요코하마는 사정이 가장 나은 편이다. 문제는 시골 소도시에 위치한 다른 경기장. 수용인원 1만5870명에서 4만1800명으로 증축한 가시마 경기장은 홈팀인 프로축구 앤틀러스 경기 입장료 수입외에는 뚜렷한 재원 마련 대책이 없어 고민이다.
경기장을 증축하기 전에는 입장료 수입만으로도 연간 1억7000만엔인 비용을 충당할 수 있었지만 월드컵이 끝난후에는 수용인원 증가에 따라 비용도 약 1.5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시마경기장은 더구나 도심에서도 상당히 떨어져있어 평상시 시민들의 이용을 기대하기도 무리다.
가시마시 관계자는 “앤틀러스 홈경기에 관중이 늘 것이고 기린컵,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올림픽 예선 등 큰 경기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막연한 대책안을 내놓는데 그쳤다.
한국은 경기장내 수익시설 유치를 위해 관계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전문 자문단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10개 경기장이 월드컵이 끝난 후에도 ‘지역 마스코트’로 자리잡을 수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요코하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