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8개월만에 새 음반을 내고 복귀한 가수 박진영(29)이 ‘섹스 놀이 문화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7일 ‘난 여자가 있는데’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운 6집 음반 ‘게임’을 발표했다.여기서 ‘게임’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섹스다. 음반에 담긴 12곡 중 ‘스윙 베이비’ ‘방문에서 침대까지’ ‘너의 손끝’ ‘처음 만난 남자와’ ‘놀이’ ‘해달별’ 등 9곡이 섹스에 관한 내용다. 그는 “성을 거창한 것으로 교육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섹스관은 이중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음반의 수록곡 중 KBS 4곡, MBC에서 5곡이 방송 금지 판정을 받았다. ‘너의 손끝’ ‘놀이’ ‘처음 만난 남자와’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박진영은 “가사는 섹스에 대한 상징적인 표현으로 되어 있는데 단순히 섹스를 주제로 했다고 해서 금지곡으로 판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 서윤정씨와 ‘더치 케어(Dutch Care·각자 독립된 생활)’방식으로 산다. 박진영은 “한 지붕 아래 독립된 두 삶이 공존하는 방식으로 내가 꿈꾸던 결혼 생활”이라며 “그러다보니 늘 친구같고 연애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1994년 ‘날 떠나지마’로 데뷔했던 그는 최근 가수보다는 음반 프로듀서로서 더 많은 일을 했다. ‘god’와 박지윤을 스타덤에 올리는 등 그의 손을 거친 음반은 아직 실패를 모른다. 그의 곡을 입도선매하려고 기획자와 가수들이 줄지어 서 있다. 2000년 한해 190만장이 나간 ‘god’의 3집과 45만장 판매를 기록한 박지윤의 2집 등 그가 손을 댄 음반의 판매량은 모두 340만장.
그래서 가수로 복귀한 그에게 “욕심이 많다”는 말이 나온다.
박진영은 그러나 “작업을 하다보니 누구한테도 줄 수 없는 노래가 있어 직접 가수로 나섰다”고 말한다.
타이틀곡은 이전의 박진영 음악과 다르다. 팝적인 선율감을 배제하고 힙합 리듬을 강하게 내세운 리듬 앤 블루스곡으로 미국적인 흑인 음악에 한층 다가서고 있다.
이 노래에 따라가는 춤은 일명 호우핑(hoofing)으로 복고풍 탭 댄스에 강한 힙합 리듬을 가미했다. 박진영은 반년 가까이 하루도 쉬지 않고 이 춤을 배웠다. 그는 “팬들은 늘 나한테 파격적인 춤을 원하는데 미국에서 이 춤을 보고 나서 복귀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최근 미국 그룹 ‘LMNT’(엘리먼트), ‘비타민 C’ 등의 새음반 수록곡 2곡을 프로듀스했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로스엔젤레스와 뉴욕을 오간지 6개월만에 성과를 얻은 셈이다. 박진영은 “초기에는 미국 기획자들로부터 문전박대를 받았다”며 “그동안 오기로 버텼는데 이제는 미국 음반사에 얼굴을 내밀기가 훨씬 쉽게 됐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