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컨페더컵 무엇을 남겼나(上)]시설은 프로 운영은 아마

  • 입력 2001년 6월 11일 18시 49분


컨페더레이션스컵 취재차 한국에 온 한 일본 기자는 “울산에서 관전하는 축구는 본고장 잉글랜드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송고했다. 물론 대회를 앞두고 비가 새는 지붕 때문에 한때 망신을 당하기는 했어도 축구 전용구장인 울산 문수경기장의 시설은 세계가 극찬할만한 수준이었다. 수원월드컵경기장과 대구종합경기장도 마찬가지. 새로 지은 경기장인만큼 시야를 최대한 확보한 관중석과 넓은 취재석, 선명한 전광판과 잘 가꿔진 잔디의 상태까지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치른 한국의 경기장은 축구 경기와 관람에 최상의 수준을 제공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대회의 운영에 있어서는 ‘시설의 수준’을 쫓아가지 못하는 부분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선 대회의 운영을 공동으로 맡은 대한축구협회와 월드컵조직위원회의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기획, 홍보, 경기운영 등을 담당하고 조직위는 인력 수급, 숙박 등을 담당하기로 업무 분장을 했다고는 하나 결국 대부분의 실무를 축구협회에서 맡게 돼 인력 부족에 허덕였다.

교통 대책도 문제 중의 하나. 이번 대회를 위해 경기장 주변에 임시주차장을 설치하고 셔틀 버스를 운행했으나 모두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 흠이었다. 셔틀 버스의 경우 경기장에서 정류소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었던 대구, 퇴근 시간과 맞물려 경기장까지의 소요 시간이 많이 걸렸던 수원에 비해 다양한 노선을 준비한 울산이 비교적 나은 평가를 받았다. 셔틀버스 운행과 함께 대중 교통 노선의 확보가 내년 월드컵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자원봉사자들의 사전 교육도 문제가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봉사’에 힘썼다. 그러나 일부는 할일을 뒷전으로 미룬 채 경기 관람에만 급급했고, 경기장 스탠드 등에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기도 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장 입구부터 스탠드 곳곳에 배치된 정복 경찰과 보안 요원들도 눈에 거슬렸던 부분으로 경기장내 기초 질서 유지는 자원 봉사자들이 담당해야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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