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변이 고향집‥들를 수 없나요＂

“해방전까지는 동해안을 따라 남북의 기차와 트럭이 자유롭게 왕래했는데 길막힌 세월이 어언 56년째군요.”

금강산 온정리에서 4㎞ 가량 떨어진 강원도 북고성군 서면 양송리가 고향인 권만희(權萬熙·73·강원 고성군 간성읍 신안5리)씨는 현대와 북한이 금강산 육로관광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버스를 타고 가다 고향에 잠깐 들러 흙이라도 한번 만져 봤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권씨는 11살 때인 지난 1939년 고향을 떠나 강릉시 공립중앙국민학교에 유학오면서 해방이 되던 지난 45년까지 20여 차례 고향을 찾을 때면 동해북부선 열차를 이용했다. 권씨는 “양양군 양양역에서 온정리 인근 외금강역까지 열차를 타고 지날 때 보던 바닷가 풍경과 울창한 송림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권씨에 따르면 해방전 남쪽의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을 때면 주로 열차를 이용했다.

해변가 동해북부선을 따라 남북으로 이어진 7번국도(부산∼나진)는 비포장길이었으며 버스노선은 없고 가끔 목탄 트럭만이 눈에 띄곤 했다.

현대의 도로 신설계획도면을 보니 이번 노선은 옛날 7번 국도 노선보다 내륙 쪽으로 새로 건설되는 것 같다는 것이 권씨의 생각.

바위사이에 뿌리를 내린 해송이 무척 아름다운 돌섬 ‘송도’와 주변경관이 아름다운 영랑호 경관을 잠시나마 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권씨는 금강산으로 들어가다 마주치는 남강(南江)의 시퍼런 물이 아직도 기억난다.

“적벽교(赤壁橋)를 지나가면 내려보이던 남강에는 연어 황어 송어가 무척이나 많았는데….”

그는 “통일전망대에서 차를 달려 30분이면 고향에 닿을 수 있는데 너무나 오랜 세월을 애만 태우고 있다”며 하염없이 북쪽을 바라보곤 했다.

<고성〓경인수기자>sunghy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