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박선수의 손에 든 부(富)와 명예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심부에 진입한 기업이 얻는 혜택을 잘 보여준다. 박선수의 연봉은 990만달러. 국내 프로야구 1군 선수 450여명의 연봉 전부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포항제철, SK텔레콤, KT, 한국전력처럼 미국 월스트리트가 인정한 한국 빅5기업은 자본시장에서 다른 기업과 비교할 수 없는 좋은 대접을 받는다. 삼성전자 한 회사의 시장가치가 300조원을 넘고 빅5의 시장가치가 한국 전체 주식시장의 40%를 넘는다.
박선수는 또 어린 선수들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눈뜨도록 했다. 메이저리그 진입을 원하는 선수들은 국내 구단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국내 대기업 역시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려면 외국투자가들의 동향을 살피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항상 의식해야 한다.
박찬호의 그늘도 깊다. 540만명에 이르던 국내 프로야구 관객이 200만명으로 줄었다. “국내의 LA다저스구단 팬이 국내 8개 구단 팬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
일본프로야구도 이치로 선수가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뒤 관중이 20% 격감했다.
기업도 그렇다. 국내 기업은 세계의 초일류기업과 바로 경쟁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눈 뜬 소비자는 더 이상 애국심만으로 국산품을 선택해주지 않는다.
코리안리그가 살려면 제2, 제3의 박찬호가 나오기보다 코리안리그의 수준이 메이저리그급으로 올라가야 한다. 한국경제 역시 한두 개 기업뿐만 아니라 산업 전체의 수준이 세계화되지 않는 한 대다수 기업과 근로자들은 세계화의 그늘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박선수가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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