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권력에는 폭력이 동반되는가."
"받기 위해 주는 것은 모든 교환거래의 원칙인가."
"자유는 거절하는 권리로 정의될 수 있는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도 답을 하려면 한동안 머리를 싸매야 할 정도로 난해한 이 물음들은 11일 프랑스 전국에서 치러진 올해 대학입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의 철학시험 문제들이다.
철학시험은 19일까지 치러지는 바칼로레아의 첫 관문. 프랑스 국민은 매년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시험문제를 주제로 카페에서 난상토론을 벌이거나 해답을 구하기 위해 잠시 철학적 고민에 빠져든다.
올해 바칼로레아 응시자는 63만여명(일반계열 51만9000명, 직업계열 11만2000명). 지난해 합격률이 79.5%나 돼 재수생이 줄어든 바람에 총 응시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2% 정도 줄었다.
그러나 수험생의 연령층이 14세 소년부터 77세 노인까지 다양하게 분포돼 있고 뒤늦게 향학열을 불태우는 성인 응시자의 비율이 98년 4.6%에서 5.3%로 늘어났다.
일반계열의 평균 합격률은 61.7%로 남학생(58.8%)보다 여학생(67.6%)의 합격률이 높다.
수험생들이 4시간 동안 지혜를 짜내 작성한 철학시험 답안지 400만장은 11만9000명에 이르는 일선 고교 교사들이 채점한다.
바칼로레아에서 프랑스어나 역사보다도 비중이 높은 철학시험에 물론 정답은 없다. 논리적 일관성을 가진 설명을 하거나 제시된 물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추었는 지를 주로 평가한다. 하지만 채점도 답안 작성 못지 않게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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