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덕유산 국립공원 산자락에서 물 부족을 못 느끼고 살았다. 그런데 지난 주말 고향에 갔다가 가혹한 가뭄에 황폐해진 농촌 들녁을 보고 할 말을 잊었다. 밭이랑은 바짝 말라 풀 한 포기도 보이지 않았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먼지가 일었다. 아무 생각 없이 밭에 주저앉은 노모의 주름은 이랑 만큼이나 깊었다. 주변 골짜기에서 물을 받을 수 있는 비상 급수탱크가 있는데도 전력비 때문에 아무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안타까웠다. 정부의 가뭄 대책은 문서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전력을 먼저 사용하고 비용은 나중에 정산해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자면 정부 책임자의 선언적인 발언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