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노총 지도부 무엇을 원하나

  • 입력 2001년 6월 12일 18시 31분


민노총은 가뭄과 경제난을 걱정하는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120여개 사업장에서 연대파업에 들어가 우려하던 항공마비 사태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국제선이 대부분 결항했고 아시아나항공 국제선은 정비사와 승무원들의 파업참여로 안전운항이 걱정된다. 대한항공 국제선 화물편은 전체의 3분의 2가 결항해 수출의 하향곡선이 더욱 깊어지는 사태가 예상된다.

이것만으로 부족했던지 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는 13일부터 서울대병원 등 12개 주요 병원에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환자들의 진료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노총이 파업에 즈음해 발표한 성명 등을 살펴보면 사회의 주요 기능을 마비시키는 총파업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분간하기 어렵다. 민노총의 요구사항은 구조조정 중단,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개혁법 제정, 김대중 정부 퇴진, 미사일방어(MD) 체제 반대 등을 망라하고 있다. 파업을 통해 교육과 언론을 개혁하겠다는 발상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고 MD 체제 반대가 민노총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경제위기 이후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희생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낮은 수익성과 높은 부채비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형편에 구조조정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무리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주5일 근무제, 모성보호법 제정 등은 전투적 연대파업을 통해 하루 이틀 사이에 승부를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을 고치자면 시일이 걸리고 기업들의 수익이 전체적으로 개선되는 등의 선행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노사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다가 12일에 맞추어 일제히 연대파업에 들어가는 식의 과격한 투쟁은 한국의 국가신인도를 떨어뜨려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외국인투자자를 밀어내는 원인의 하나가 된다. 한국의 노동운동도 이제 합리적인 대화와 협상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시기가 됐다.

민노총은 최악의 가뭄이 덮친 시기에 파업을 벌이는 것이 부담스러운 듯 파업중인 레미콘 차량을 동원해 경기 파주시 일대에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 민노총이 진정으로 가뭄을 걱정했다면 파업을 유보했어야 옳다.

정부는 이번 파업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불법 파업이 명백한 부문에 대해서는 신속하고도 엄정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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