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분기보고서 못믿겠다"…실적뻥튀기등 짜집기

  • 입력 2001년 6월 12일 18시 37분


작년부터 상장 및 등록기업들이 1년에 4차례 분기별 실적을 공시하고 있지만 분기보고서가 투자판단의 참고자료로는 부실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분기보고서의 신뢰도가 떨어지는데다 회계관행이 분기실적 공시기준과 부합하지 않고 환율변동 등 외부요인에 기업 이익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분기별 순익 급등락한다〓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의 2000년 분기별 매출액은 1분기(1∼3월) 107조원에서 4분기(10∼12월) 125억원으로 꾸준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분기순익은 1∼3분기(7∼9월) 4조∼7조원을 기록하다 4분기에 -4조원으로 추락했다.

또 매출액에 토대를 둔 영업이익도 1∼3분기에 9조∼10조원대를 보이다 4분기에는 7조원으로 감소했다. 4분기 순매출액이 분기별로 가장 많았는데도 영업이익은 가장 적은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그래프 참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증권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 이면에는 일부 기업들의 ‘결산기 실적부풀리기’가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분기보고서는 회계감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수치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판매비와 일반관리비 등의 각종 비용을 기말에 일괄반영하는 것도 ‘4분기 적자’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또 작년 4분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크게 올라 적지 않은 기업들이 대규모 환차손을 반영한 탓도 있다.

대우증권 최용구부장은 “작년 4분기에는 환율이나 주가 등 영업외적인 요소가 크게 악화되면서 평가손실이 커져 분기 실적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며 “작년 결산 때 회계감사가 아주 엄격해진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분기보고서 판독 요령〓분기보고서만을 놓고 보면 상장기업들은 작년 4분기에서 올해 1분기로 넘어오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작년 4분기 적자에서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섰다고 결론내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분기보고서를 참고할 때는 방향성을 봐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우증권 최부장은 “분기실적은 연말지표를 확인하는 보조수단이므로 개별 기업의 실적추세를 따지는데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증권 장득수부장도 “매출액이나 순익이 분기별로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기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변동성이 큰 기업보다는 절대규모가 작더라도 꾸준한 실적을 내는 곳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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