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강 프랑스를 상대로 보인 플레이를 볼 때 양국의 극명한 차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프랑스를 상대로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할지 몰라 90분 내내 허둥대다가 5골이나 내준 반면 일본은 전혀 주눅들지 않고 대등한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일본의 탄탄한 ‘일자 수비’는 최강 프랑스의 공격을 번번이 무산시켜 찬사를 들었고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아시아를 벗어나 세계무대로 진출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선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축구는 ‘오늘’이 있기까지 엄청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80년대 초부터 유망주들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축구선진국으로 파견했다. 또 필립 트루시에 감독을 98월드컵이 끝난 뒤 영입, 3년간 대표팀을 맡기고 있다. 이 같은 장기적인 투자가 결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올 초부터 겨우 ‘세계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고 청소년을 지도할 아브라함 브람 감독도 외국에서 데려왔으며 유망주와 선수들의 해외진출도 적극 모색하고 있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서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몸으로 느꼈고 가능성을 찾았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고 말한다. 프랑스에 완패하면서 세계의 벽을 실감했고 멕시코와 호주를 꺾으면서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유럽 징크스’를 깨기 위해 유럽의 강호들과 경기를 많이 하고 골 결정력과 수비시스템을 보완하는 등 차분하게 남은 1년을 준비하면 숙원인 ‘월드컵 16강 진출’이 가능하다는 분석.
골키퍼 이운재와 고종수 등 국가대표 선수들 대부분이 “히딩크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축구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떠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도 희망을 주는 부분이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