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기업들은 노조와 협상을 계속하면서도 납품 지연으로 국내외 바이어가 대거 이탈하는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파업 폭풍’에서 비켜난 기업들도 항공사 노조의 파업으로 수출품 수송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산업자원부는 이날 업계가 내세운 피해액을 집계한 결과 제조업 생산차질액 1489억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매출차질액 213억원, 수출차질액 3158만달러(약 407억원) 등 2109억여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여행객들의 불편은 물론 항공로를 통한 물류 기능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12일 전체 수출입 항공화물의 44.4%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항공 국제선의 전면파업으로 반도체 등 수출입 차질액이 하루 1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화물기를 정상 운항 중인 외국계 항공사와 아시아나항공 등으로 수송편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급과잉과 채산성 악화로 고전 중인 유화와 화섬업계도 파업에 따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 효성 울산공장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던 화섬업계는 고합 등 다른 업체들도 파업 중이거나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화섬업계는 화섬 설비의 경우 갑자기 가동을 멈추면 원재료가 굳어 설비마저 못쓰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설비를 멈추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최대 에틸렌 제조업체인 여천NCC의 파업이 한달 가까이 계속되면서 유화업계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여천NCC로부터 석유화학 원료와 동력을 공급받는 대림산업 한화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등 인근 15개 화학업체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거나 아예 기계를 세우는 실정이다.
전경련 경총 등 경제단체들은 “이번 파업으로 국가 이미지가 나빠져 수출과 외국인투자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후유증을 우려하고 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