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조인직기자가 본 평양 시민들의 헤어스타일

  • 입력 2001년 6월 12일 18시 58분


《평양시민들의 헤어스타일은 대부분 ‘레이어드(머리카락 길이를 조금씩 틀리게 해 층을 넣은 형식)’가 없는 ‘일자 커트’ 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그래서 찰랑거리는 생동감보다는 차분하고 단정한 이미지가 잘 살아난다. 사람들은 ‘검은 머리’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였는데, 한국에서 갈색, 금색으로 염색한 젊은 모델들을 보고는 ‘민족성 결여’라며 점잖게 타이르기도 했다.》

▽미용실 내부는〓파마, 긴머리, 짧은머리를 비롯해 ‘머리다리미(고데기)’로 고정한 ‘틀머리’, ‘칼치기(가장자리 다듬기)’, ‘미안(미용 세수)’, ‘머리빨아주기(감겨주기)’ 등 다양한 서비스 항목이 있었다. 염색은 흰머리를 검게 해주는 것뿐 컬러링은 없었다.

미용기술이나 약품이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되는 탓에 예전 일본 여성의 머리 유행이 ‘시간차’로 소개되는 것들이 많다. 평양시내 번화가에 있는 창광원미용실 등에는 대부분 ‘머리 형태표’라는 것을 붙여놓고 1번부터 12번까지 사람의 앞면 옆면 뒷면 사진을 통해 머리 모양을 고를 수 있게 했다. 이중에는 11번 단발머리형이 단연 인기. 미용실에 오래 있으면 “여자들 미용하는 데 곤란하게 계속 있으십니까”라는 미용사의 핀잔을 듣게 된다. 북한의 남성은 철저히 이발소에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스타일을 추구〓패션쇼를 위해 함께 간 헤어디자이너 이가자씨는 평양 고려호텔 미용실에서 북측의 미용 관계자들과 만나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민족머리’ 발표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가자씨는 “북한측의 커트, 드라이 기술은 많이 발달해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스타일은 아직 좀 단조로운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력 18년의 북한미용사 김옥경씨는 “긴머리라야 여러가지 멋내기를 할 수 있을 텐데, 대학생들말고는 대부분 노동하기 편하고 단정한 단발형 머리모양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쪽진 머리’, ‘애교머리’〓여성들은 파마머리든 생머리든 뒤로 돌려 묶는 스타일이 많다. 이에 따르는 핀이나 고정밴드의 종류도 다양하다. 북한 주민들이 ‘쪽진 머리’라고 표현하는 머리는 묶인 머리의 뒤끝을 풀어헤치지 않고 동그랗게 곡선을 그려 모은 형태. 파마도 ‘보글보글 파마’처럼 웨이브를 많이 넣진 않은 것이 특색. 머리를 뒤로 묶어도 앞머리는 어떤 식으로든지 살짝 위로 올려 닭벼슬처럼 뻗치는 ‘핑클 파마’ 형식이다.

목선을 타고 머리줄기가 두세개로 뻗는 단발머리 스타일도 인기. 포인트는 앞머리를 사선으로 가닥가닥 늘어뜨려 이마를 가리는 ‘애교머리’. 한국과 일본에서 80년대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끌다가 보편화했다. 북한에서 본 헤어스타일 중 가장 유행하는 것이다.

양복 차림의 남성들은 7대 3 가르마를 단정하게 빗어넘기고 머릿기름으로 틀을 고정시킨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평양시 외곽에서 본 인민복 차림의 노동자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스포츠형 머리를 애용. 한국의 70년대 ‘중고생 머리’처럼 1cm 안팎으로 다듬은 사람들이 많았다.

<평양=조인직 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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